환자단체, 의료급여 약제비 차등제 철회 요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보건복지부는 극빈곤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경증질환 대형병원 외래진료 약제비 인상조치’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보건복지부의 최근 조치는 극빈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양질의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남용’을 부추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올해 하반기부터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감기, 소화불량과 같은 가벼운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등 총 52개 상병의 경증질환으로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이하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하면 약제비 본인부담을 현행 500원(정액제)에서 약값의 3%(정률제)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형병원으로 경증질환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일차의료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동네의원과 일반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하면 지금처럼 500원만 약값으로 지불하면 되고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약제비 본인부담이 인상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감기, 고혈압 등과 같은 단순 경증질환으로도 쉽게 대형병원을 찾는 일부 환자들로 인해 정작 대형병원에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할 중증질환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권이 일부 제한되는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경증질환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극빈곤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까지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 외래진료시 약제비를 인상하는 조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양질의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남용’을 부추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고 동시에 경증질환 환자의 대형병원의 쏠림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환자단체연합회의 성명서 일부.

보건복지부는 시민사회단체·환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 10월부터 건강보험 환자 대상으로 “52개 상병 경증질환의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조치”(기존 30%에서 종합병원 40%, 상급종합병원 50%)를 강행했다. 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12월에 발표한 ‘제도 시행 전·후 1년간의 대형병원 외래진료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제도시행 후 상급종합병원의 처방전건수는 31.7%, 종합병원의 처방전건수는 2.4% 밖에 감소되지 않았다.

즉 상급종합병원의 처방전 건수 68.3%와 종합병원의 처방전 건수 97.6%는 동네의원이나 일반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서 인상된 외래진료 약제비를 부담하고 그대로 계속 이용한 것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완화’라는 효과보다는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증질환 환자의 외래진료 약제비 부담금만 대폭 늘렸고 반사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그만큼 아끼는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증질환 대형병원 외래진료 약제비 인상조치’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환자에 이어 이번에는 극빈곤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까지 확대하려는 정책방향에 대해 우리 환자단체는 심히 유감을 표하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강력히 반대한다.

첫 번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양질의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경증질환 환자 중 일부는 대형병원을 무조건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상당수의 경증질환 환자는 동네의원이나 일반병원의 의료서비스 불만족 때문에 대형병원을 이용한다. 이런 경우 건강보험 환자는 인상된 외래진료 약제비를 부담하고 원래 다니던 대형병원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된다. 그러나 극빈곤층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건강보험 환자와 달리 인상된 외래진료 약제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불만족스러운 동네의원과 일반병원 의료서비스 이용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다른 측면의 불평등을 낳는다. 따라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추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두 번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진료 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의료급여란 국가가 생활이 어려운 극빈곤층에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나 행려환자 등에게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별도의 수익이 없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나 행려환자 등에게 약제비 부담을 증가시키면 이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생계급여비를 약제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의료급여 환자는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개의 만성질환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약값이 부담스러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대형병원에서 처방만 받고 다시 동네의원이나 일반병원에 가서 대형병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동일한 처방을 받아 약을 조제하는 방법으로 500원만 약값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중의 외래진료를 통해 불필요한 재정만 낭비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는 불편만 가중시킨다.

세 번째,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해법을 환자가 아닌 의료공급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우선, 대형병원의 경우 입원수가는 높여주되 외래수가는 낮추어 자연스럽게 입원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의원급의 경우 그 반대로 외래수가를 높여주고, 입원수가를 낮추어 외래환자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동네의원이나 일반병원을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증질환 환자의 외래진료 약제비만 인상할 것이 아니라 경증질환 환자 대상으로 외래진료를 보는 대형병원의 의료수가를 깍는 제도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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