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는 것도 없나…. 화르르 불붙을 것 같은 키스

 

배정원의 Sex in art(17)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서로를 이어주는 천상의 만남, 키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아아… 지금은 그이의 잘 생긴 이마, 남자답게 우뚝한 콧날, 눈동자 깊숙이 빨간 불빛이 일렁일 것만 같은 강렬한 눈빛도, 손가락이 튕겨져 나올 듯한 탄탄한 가슴도, 눈으로 들어오는 어떤 아름다운 것에도 자극받고 싶지 않아요. 오로지 그의 가쁜 호흡과 뜨겁고 달콤한 입술만 느끼고 싶을 뿐… 지금 이 순간 이 세계에서 우리는 하나에요…나는 그의 세계로 초대 받았어요.”

이 두 사람은 지금 우주에 단 둘이만 던져진 양 서로의 존재 말고는 누구의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 세계의 모든 움직임이 멈춰 버린 듯 둘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눈을 질끈 감고,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두 사람의 황홀한 몰입…!

남자는 근육질의 남자다운 구릿빛 몸매에 잘생긴 얼굴을 하고 무엇보다 여자의 가슴을 흔드는 강인함을 가졌다. 희고 풍만한 몸매에 어깨까지 흘러내린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자 역시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어떤 망설임도 없이 뜨겁게 온몸을 내던지듯 남자에게 안겨오고 있다. 남자는 격정을 못 이기는 듯 크고 굵은 손가락들을 펼쳐 그녀의 희고 탐스런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는데, 여자는 다리 하나를 대담하게도 남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그를 더욱 도발하는 듯 보인다. 여자의 그런 모습에 비해 두 다리를 모은 남자가 오히려 더 순종적으로 보일 만큼 그림속의 여자는 대담하고, 자신의 관능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붉은 시트가 깔린 침대의 얇은 이불이 마구 뭉쳐져서는 한쪽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이 둘이 이미 질펀하고 격렬하게 섹스를 한 후이거나 마무리를 하는 중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쿵쿵 뛴다. 남자는 볼우물이 패일 정도로 그녀의 입에 깊이 키스하고, 여자 또한 몸이 돌아갈 정도로 그의 키스에 함락되어 있다.

너무나 뜨거워 곧 캔버스에 불이 붙을 것만 같은 화려한 격정의 연인들을 그린 화가는 프랑수아즈 부셰(1703~1770)이다. 부셰는 프랑스 왕정시대 태양왕이라 일컫던 루이 14세 때의 궁정화가로 프랑스의 로코코 미술양식을 이끌었다. 관능적인 갈랑트 양식의 대표자라 할 그는 화려함과 생기가 넘치는 화법으로 여신과 프랑스 귀족 여성의 풍속이나 애정장면을 정교하고 농염하게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부셰는 자신의 그림 속에서 귀족사회의 은밀하고 유쾌한 관음증적 색채와 내밀한 일상생활의 비밀들을 성공적으로 포착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그림 속 두 주인공은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졌던 헤라클레스와 그의 방황기(?) 동안 그를 노예로 부렸던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이다. 헤라클레스는 신의 제왕인 제우스와 인간여자 알크메네의 아들이다. 당연히 제우스가 속임수를 써서 유부녀였던 알크메네에게 남편처럼 가장해 관계를 가졌고, 그 한번으로 임신이 되어 낳은 아들이다. 신들의 왕이어서 능력이 워낙 탁월했겠지만 단 한 번의 섹스를 통해 자식을 잉태시키는 데는 제우스를 따를 자가 없었다.

어쨌든 남의 유부녀와 통간하여 낳은 자식이었으나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무척 사랑했는데, 그에게 영생을 주기 위해 잠자는 자기 부인인 헤라의 젖을 몰래 빨게 할 정도였다. 그로 인해 분노한 헤라는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 같은 헤라클레스에게 엄청난 시련을 겪게 한다.

강인한 남자였지만 단순우직 그 자체였던 헤라클레스는 영생을 얻게 된다는 신탁을 믿고 12번의 지독한 시련을 겪어내고 극복한다. 헤라는 그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를 정신착란으로까지 밀어 넣곤 해 헤라클레스는 잠깐 정신이 이상한 동안 자기의 아내와 아들들을 적으로 여겨 죽이고 만다. 게다가 아폴론 신전에서 피티아가 신탁을 전할 때 앉는 삼발이 의자를 훔쳐서 벌을 받게 되는데 그 벌이 바로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에게 노예로 팔려 용서를 받을 때까지 옴팔레의 노리개로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옴팔레의 나라 리디아는 쾌락의 향연이 넘쳐나는 나라였지만 대단한 부국이었고, 그런 나라의 여왕인 옴팔레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남자 헤라클레스를 노예로 부리게 된 옴팔레는 그에게 여자의 하늘하늘한 분홍 드레스를 입혀서는 물레를 돌려 실을 잣게 하고, 자신에게 양산을 받쳐주게도 하고, 심지어 여왕을 등에 태운 채 네발로 궁전을 돌아다니는 수모를 주었다. 기운이 장사인 헤라클레스가 그 모든 수모를 꿋꿋하게 참았던 것은 그 모든 일을 겪어내야만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신탁을 믿었던 때문이다. 거칠고 강하지만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남자는 그래도 충직해서 옴팔레는 그의 남성적인 매력에 반해 버렸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설에는 섹스에 있어서 대단한 기교를 가진 옴팔레의 성적 매력에 헤라클레스가 맥을 못 추고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녀는 섹스에 있어서도 대담하고 솔직하며, 적극적이었다.

그림을 보면 옴팔레는 수줍어하거나 웅크려들지 않고 헤라클레스와 겨루는 것처럼 섹스에 능동적이다. 다른 그림들을 보면 키스를 하는 쪽은 남자이고, 당하는 쪽은 여자라는 듯 키스를 하는 여자들은 수줍게 입만 내밀고 있을 뿐인데 옴팔레의 당당한 키스와 몸짓을 보면 헤라클레스가 함락될 만도 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키스는 살의 만남을 여는 전주곡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끌려 스킨십을 시작할 때 손도 잡고 어깨를 팔로 두르기도 하고, 허리를 휘감기도 하지만 키스만큼 확실하게 마음을 열었다는 신호는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멋진 키스를 할 때면 귓가에 ‘쨍그렁’ 종소리가 들린다고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몸이 저절로 휘고, 한쪽 다리가 저절로 뒤로 들리기도 하며, 얼굴과 몸이 그를 향해 숙여진다고 할 정도로 키스의 효력은 대단하다.

키스를 하기 위해 입술을 마주대면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린다. 질끈 감은 두 눈 앞에는 형형색색의 무지개 같기도 한 색채들이 향연을 벌이고, 하늘로 몸이 둥둥 뜨는 듯한 황홀함에 저절로 몸을 맡기게 된다, 뜨거운 입술을 통해 들어온 그의 사랑의 열기가 온몸을 흐르며 전율하게 하지만 그 느낌은 따스하게 온몸과 마음을 적신다.

입술은 저절로 벌어지고, 혀는 주춤대며 수줍어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어울려 정열의 탱고를 추는 듯 서로를 애무하고 적셔준다. 키스는 말없는 대화이며, 무엇보다 상대에게 순응하겠다는 신호이다. 너의 사랑에 내가 끌려가겠다는 항복의 신호도 이때면 아무런 계산 없이 보낼 수 있다. 입술이 겹쳐지면서 그동안 두 사람을 떼어 놓았던 신체적인 거리감도 사라진다.

입술을 통해 서로는 상대의 진짜 속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사랑이 시작되면 키스가 찾아오고, 사랑이 사라지면 키스가 없어진다. 그래서 섹스를 하는 동안 키스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키스가 없어졌다면 긴장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키스는 사랑을 섹스로 이끌고 섹스는 사랑을 이끈다. 키스는 그 자체로 사랑의 지극한 표현이며 확인이자 섹스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키스로 공주가 백년간의 잠에서 깨어나고, 개구리왕자의 마법을 풀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신화의 알레고리와 같은지도 모른다.

입술은 또 다른 성기라 할 만큼 몸에서 성적으로 민감한 기관이다, 오히려 섹스에서보다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게 상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키스이며 키스를 통해 오르가즘을 성취하는 여자도 적지 않다. 심지어 강렬한 키스 한 번에 혼절해 버렸다는 경험담을 듣기도 한다. 키스하는 동안에 면역체계는 활성화되고, 엔돌핀의 분비로 강력한 진통작용도 한다. 그래서 때로 소설 속에 강렬한 키스 후의 피 냄새에 대한 표현이 나오는 지도 모른다.

키스를 자주 하면 행복감에 젖게 되고, 상대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키스를 잘하면 섹스도 잘할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더욱 키스를 자주하면 안하는 사람보다 5년 이상 더 살게 된다고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멋진 키스를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는 의미일테니 키스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키스가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진다는 것 또한 애써 기억하시기를…!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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