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동안 인류를 괴롭힌 10대 전염병

 

한센병부터 에이즈까지

신종플루, A형간염, 메르스까지… 우리나라에 전염병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사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가장 큰 공포였다. 인류는 지난 1000년 동안 자연자원을 찾아 이동할 때마다 새로 만난 바이러스와 세균 때문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집단공포 속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생존의 메커니즘을 배워야 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정복한 전염병은 천연두 하나밖에 없다. 지난 1000년간 인류를 괴롭힌 전염병을 알아본다.

한센병=문둥병, 나병으로도 알려진 이 병은 구약성경에도 나올 만큼 역사가 깊다. 11세기 십자군전쟁 중 중동에서 ‘강력한 나균’이 유럽에 들어와 13세기까지 급속히 번졌다. 레프로사리움 또는 라자렛토라고 불리는 수용소가 잇따라 생겼다.

흑사병=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숨지게 한 흑사병(페스트)은 1348년 유럽에 상륙했다. 페스트는 인도와 아시아 남부에 살고 있는 곰쥐의 벼룩을 통해 옮겨지는데 14세기 몽골군의 침략에 따라 유럽으로 몰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매독=1494년 프랑스의 샤를르 8세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의 병사로 연합군을 편성해 이탈리아를 침공했다. 그러나 나폴리에서 병사들에게서 나병보다 더 심한 피부병이 나기 시작, 긴급 철수해야만 했다. 매독 때문이었다. 최근까지는 콜럼부스가 이 병을 신대륙에서 가져왔고 스페인 병사들을 통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전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질병 프람베시아가 사실은 매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신대륙 기원설’과 ‘균 변이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 매독이 창궐한 것은 매춘 문화의 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509년 베니스 인구 30만 명 중 1만1000여명이 매춘부였을 만큼 유럽은 매춘의 대륙이었다.

발진티푸스=매독과 비슷한 시기에 키프로스 섬에서 전투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통해 스페인에 들어왔다. 1526년 이탈리아를 침공한 프랑스 군에서 돌았으며 19세기 초 아일랜드 감자 기근 때 다시 유행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200만∼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천연두=유럽이 매독과 발진티푸스 등에 시달릴 때 신대륙 아메리카는 생전 처음 겪는 역병에 시달려야만 했다. 스페인의 침입 이전 아메리카의 인구는 대략 1억 여 명이었으나 이 중 90% 이상이 새 전염병 때문에 숨졌다. 바로 1518년 유행한 천연두였다. 2년 뒤 아스텍의 원주민들은 침략군인 스페인 군을 물리칠 기회가 있었으나 천연두 때문에 퇴각해야만 했다.

천연두는 아스텍의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 잉카제국 등을 초토화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 이 병에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면역력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던 것.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가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공식발표했다.

결핵=인도에선 기원전 1000년경, 중국에선 수나라 때 결핵에 대한 기록이 있었지만 대규모 창궐은 유럽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19세기에 비로소 이뤄졌다. 최근 200년 동안 10억 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시인 키츠, 소설가 애드가 앨런 포, 음악가 쇼팽 등이 모두 희생자였다.

스페인독감=20세기 들어 세균학이 승리를 거두고 있었지만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이탈리아말로 ‘천체의 영향’이란 뜻의 인플루엔자, 즉 독감이었다. 1918년부터 2년 동안 지구촌을 휩쓸면서 2500만~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식민지 조선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숨졌다.

스페인독감은 1차 대전 때 미국의 병영에서 첫 발생했으며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 전선에서 먼저 발병했으나 스페인 언론에서 이를 보도했다고 해서 스페인독감이라고 이름 붙었다.

콜레라=이것도 유럽의 식민지 정책이 퍼뜨린 병이었다. 콜레라는 원래 인도의 벵갈 지방에 유행하던 풍토병이다. 1817년 영국군의 배를 통해 캘커타로 옮아졌고 1826년 벵갈 지방에 재유행하면서 러시아 남부에까지 퍼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페르시아, 터키, 폴란드 등에 이 병을 옮겼고 1830년대엔 이집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까지 퍼졌다. 무엇보다도 이 병은 이슬람 지역을 초토화했다. 1831년 이슬람교도의 순례지인 메카에 상륙, 1921년까지 최소 40번 유행하면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말라리아=기원전부터 아시아와 유럽 등에 있었으며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에도 나오지만 아메리카에는 없었다. ‘콜롬부스의 선물’로 추정되며 1493년 남미를 초토화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에 24억 명이 이 병에 걸렸지만 지속적인 모기장 공급 운동의 덕분에 5억 명으로 줄었다.

에이즈=1980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마이클 고트리브 박사는 생전 처음 보는 환자를 만났다. 32세의 화가였는데 목구멍에 지독한 진균 감염이 있었고 폐렴도 겹쳐 있었다. 고트리브는 이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면역 조직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1983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몽따니에 박사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어 비록 바이러스 자체를 박멸하지는 못하지만 병을 억제 관리하는 수준까지 왔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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