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메르스 브리핑에 의료계 부정적

 

메르스 확진 의사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브리핑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 시장의 브리핑에 대해 “대선 당시 야밤의 국정원 댓글 긴급발표가 떠오른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했어야 하고, 불안과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35번째 메르스 환자인 의사 박모씨와 서울시의 주장은 서로 다르다. 박 시장은 이 환자가 지난 달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보였고, 31일까지 대형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1500여명의 시민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 박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일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할 당시 무증상이었고, 다음 날인 31일 증상을 인지해 자가격리했다고 말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비염 증상이 늘 있다고만 했지 29일부터 가벼운 증상이 보였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명 박사는 “감염됐어도 무증상 시기인 잠복기에는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 의사의 주장대로 총회 참석할 당시 증상이 없었다면 1500명을 전수 조사해도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감염 관리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무증상 감염은 없다고 설명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 감염력이 생긴다”며 “무증상자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나오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사스와 인플루엔자에 비춰봤을 때 무증상자의 전파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뒤 격리해 진단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박 시장의 발언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불만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국공립대 일부 의사들의 움직임이 제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시장의 긴급브리핑은 말도 안 되는 정치적 발표”라고 했다.

35번째 메르스 환자인 의사 박씨도 “서울시가 내게 사실 관계를 직접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마치 내가 메르스 증상을 알고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것처럼 브리핑했다”며 “의사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행동했는데 박 시장의 정치적 쇼와 브리핑으로 인격이 훼손되고 너무 상처받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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