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중동과 다른 양상… 최초 환자도 아리송

 

한반도에 확산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양상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한 전개와 다소 차이를 보이면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종 여부가 이번 메르스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메르스 감염경로로 낙타와의 접촉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만 안내하고 있어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메르스 최초 환자이면서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60대 남성 A씨에 대한 역학조사조차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 환자가 1차 감염인지, 2차 감염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5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메르스 최초 환자는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서 낙타와의 접촉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만약 이 환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메르스 감염경로를 밝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낙타와 직접 접촉했거나 원인 불명이면 1차 감염으로 분류된다”며 “메르스 환자의 30%만 낙타와 접촉한 경험이 있으며 원인 불명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A씨가 낙타와 접촉하지 않았다면 중동 현지의 1차 감염자와 포옹 등으로 밀접 접촉했거나 현지에서 병원을 방문한 뒤 감염됐을 수 있다. 이러면 A씨는 2차 감염자가 된다. 하지만 A씨는 “낙타와 직접 접촉하지도, 현지 병원을 방문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의아한 상황이다.

지난 11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인 A씨는 네 곳의 병의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11-17일에 치료받은 3곳의 병의원에서는 중동에 다녀 온 사실을 의사에게 밝히지 않았다. 증상이 심한 상태로 찾은 네 번째 병원에서도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만 인정했을 뿐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사실을 숨기다 역학조사 전문가들이 출입국 기록 등을 제시하고 나서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사실을 털어놨다. 이 때문에 A씨의 말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역학전문가는 “A씨가 중동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하고 중동을 자주 다녀와 메르스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모르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한때 폐렴 등으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지만 현재는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백순영 교수(미생물학)는 “A씨가 역학조사에서 2차 감염으로 판정된다면 현재 국내 2차 감염은 3차, 3차 감염은 3차 감염이 된다”며 “메르스는 1차에서 2차, 3차로 갈수록 치사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격리 치료 중인 A씨의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반드시 밝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역학조사에서 최초 환자(인덱스 환자)인 A씨의 감염 이유와 경로를 찾아내는 것은 메르스 전파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다. 백 교수는 “변종 메르스가 아니라면 지역사회에 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변종이라면 지역사회 감염과 공기 전파, 팬데믹(지구적 유행)까지 염두에 두고 방약 대책을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메르스 대응 관련 합동평가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국내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개 양상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알려진 전개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해 합동 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국제보건규칙에 따라 WHO는 국제적인 질병확산이나 잠재적으로 국제협력대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당사국과 협력해 현장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정부와 WHO 합동 평가단은 역학조사, 바이러스 연구, 감염 관리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번 메르스 발생과 전개 양상을 분석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한 평가와 자문을 실시할 계획이다. 5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5명이 추가로 발생해 41명으로 늘었으며, 중증 담관암 등으로 입원 치료 중이던 세 번째 메르스 환자가 지난 4일 사망해 사망자수는 4명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변종 가능성 여부를 오늘 발표할 예정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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