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부정해도….내 마음 속 살아있는 ‘그녀’

이재태의 종 이야기(45)

육지를 동경한 인어공주 ‘애리얼’

“애리얼(Ariel), 인간 세상은 정말 골치 아파요. 당신은 저기 물위로 올라가길 꿈꾸지만, 그건 정말 큰 실수에요. 이 바다 속 주위를 봐요.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이 주위에 있잖아요.

무엇을 더 찾고 있는 건가요? 물 속 바다 아래가 저 위의 어떤 것보다 더 좋은 것이에요.

저 위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있어요. 우리가 바다 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재미있게 지낼 때, 그 들은 태양 아래에서 노예가 되고 있다구요. 이 바다 아래에선 모든 물고기들이 행복하지요…”

1989년 개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주제가인 『Under the sea』의 가사 일부분이다. 우연히 물속으로 들어온 왕자를 사랑하게 된 인어공주 애리얼이 물 밖 세상을 동경하자, 넙치 문어 등 바다 속 식구들이 순진한 그녀를 타이르며 이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들은 인간세상을 동경하는 인어공주와는 반대로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마음껏 헤엄쳐 다니는 삶을 동경하였다. 그들의 희망은 깊은 물속의 세계를 마음껏 헤엄치며 돌아다닐 수 있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인어(人魚, Mermaid)를 상상해 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1836년 동화 ‘인어공주’는 바다 속 어느 나라 인어공주의 사랑 이야기이다. 왕의 아들, 딸들은 15살 생일이 되어야만 육지로 구경을 갈 수 있었는데, 특히 6남매 중 막내인 공주는 육지에 대한 환상이 많았다. 그녀는 15번째 생일에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마침 16세를 맞아 배위에서 연회를 열고 있던 멋진 왕자를 발견한다. 그때 갑자기 기상이 악화되어 배는 난파되고 왕자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해주었으나, 왕자는 그녀가 은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로 육지로 돌아간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하였으므로, 궁전으로 돌아온 뒤 매우 우울하게 지낸다. 그녀의 언니들은 이를 알고, 친구들과 함께 왕자가 사는 곳을 찾아낸다. 공주는 이후 자주 바다 위로 나가서 왕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나 슬픔과 호기심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어느 날 공주는 바다 바깥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던 할머니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듣는다. 마녀는 공주에게 ‘인간의 다리를 얻을 수 있으나 그 대신 걸을 때마다 칼로 찌르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또한,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공주는 인간의 영혼을 얻지 못하고 죽게 된다’고 말한다. 마녀는 인간의 다리를 주었고, 대신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기로 하고 혀를 잘라버린다. 다리를 얻은 공주는 왕자를 만났고, 두 사람은 왕궁에서 함께 생활하며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왕자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생명을 구해주었던 희미한 기억 속의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왕자는 다른 나라의 공주를 만났는데, 그녀를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여인으로 착각하여 결혼을 결심한다. 왕자의 약혼식 날 저녁,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불쌍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팔고 칼을 얻어 온다. 공주가 그 칼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 왕자의 피가 공주의 발에 뿌려지면 다리가 다시 물고기 꼬리가 되어 인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하는 왕자를 찌르지 못하였고, 바다에 몸을 던져 물거품이 된다. 공주는 두 사람의 축복을 빌며 영원한 영혼을 얻으며 하늘로 올라간다.

 

이 이야기에는 사랑에 더하여 인간의 영혼이 강조되어 있다고 한다. 인어는 살아있는 동안은 즐겁게 살 수 있으나 죽으면 물거품처럼 완전히 소멸되지만 사람은 불멸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기독교적 인간 중심사상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동화는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루어지지 못한 이들의 사랑을 안타까워한 사람들은 마지막 부분을 각색하여 해피엔딩으로 작품을 변형하기도 하였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왕자가 그들의 결혼을 방해하던 마녀를 물리치고 애리얼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였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바닷가에는 인어공주 동상이 서 있다. 1913년 덴마크의 조각가 에드바르드 에릭센이 발레리나였던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고 이 동상을 보러가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작고 볼품도 없어서 허망한 느낌이 든다. 가련하기만 한 인어공주상은 그동안 많은 테러를 당하였다. 팔과 머리가 잘렸고 페인트 칠 공격을 받았으며, 2003년에는 폭탄공격을 당하여 바다 속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인어는 상반신은 젊은 여성이나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전설 속의 동물이다. 남성 인어는 어인(魚人, merman)으로 부르고, 총칭하여 인어족(人魚族, merpeople, merfolk)로 부르기도 한다. 해난 구조회사 이름인 ‘언딘’은 독일어 우디네(Undine)로 발음되는 인어와 같은 물속의 요정을 영어 발음으로 표시한 것이다.

인어에 관한 최초의 전설은 BC 1000년 경 아시리아로 부터 전해진다. 아시리아 여왕 세미라미스의 어머니 아타르가티스는 목동을 사랑하는 여신이었으나 그 목동을 죽이게 된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슬픔과 부끄러움에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물고기의 모습으로 변한다. 가슴 위는 인간의 모습으로, 아래는 물고기의 외형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그녀를 데르케토라고 불렀고, 인간들 앞에 자주 나타난다고 기록하였다. 그리스 신화에는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인 트리톤도 등장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그는 바다 속 황금 궁전에 살면서 해마를 타고 다녔다. 바다가 잔잔할 때는 물 위로 올라와서 고둥을 불며 모여든 물고기들과 즐겁게 지냈고, 파도가 거칠 때에도 파도를 잠재웠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en)은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날카로운 독수리의 발톱을 가진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바닷가 바위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뱃사람을 유혹하여 죽게 만드는 바다의 요정이었다. 이탈리아 서부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섬에는 피시오네, 아글라오페, 텔크시에페이아 (또는 파르테노페, 레우코시아, 리기아)라는 바다 요정이 있어,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였다. 감미로운 그들의 목소리에 유혹되어 암초가 있고 물살이 빠른 곳에 다가간 배는 난파당하거나,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는 것이다. 비상경보를 뜻하는 ‘사이렌(Siren)’은 여기에서 기원한 것이다. 

세이렌은 수많은 뱃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갔으나, 두 차례는 실패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항해 길에는 세이렌 자매가 살고 있는 이타나 섬을 지나쳐야했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이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밀랍으로 귀를 막게 하고, 자신의 몸은 쇠사슬로 묶게 한 뒤 항해를 시작하였다. 섬이 가까워지자 세이렌 자매들의 노래가 선원들을 유혹하였다. 오디세우스도 유혹되어 발버둥을 쳤고 쇠사슬을 풀어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귀를 막은 선원들이 이 명령을 듣지 못해 섬을 빠져나간다. 그를 유혹하는데 실패한 세이렌들은 심한 모멸감으로 단체로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음악가이자 시인인 오르페우스도 황금 양털을 찾기 위해 항해하던 중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다. 오르페우스는 그들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맞대응을 하며 빠져나갔다. 유혹에 실패한 세이렌들은 이때에도 바다에 몸을 던졌고, 모두 바위로 변하였다고 한다.

중세 이후 세이렌은 상반신은 여인이나, 하반신은 새에서 물고기의 모습인 인어로 바뀌었다. 대다수의 경우, 세이렌과 인어는 같은 의미로 불려졌다. 세이렌의 노래에 홀린 순간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를 따라 바다에 투신한다고 하니, 사람을 유혹하여 생명을 앗아가는 인어 세이렌의 치명적인 매력을 경고하는 예술작품들도 창작되었다.

 세계 각국에는 각자 독특한 인어에 관한 전설들이 전해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인어 ‘메로’는 폭풍우를 몰고 온다고 하며, 아랍의 인어 ‘압둘라’는 바다 속에 왕국을 건설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미고 산다고 한다. 중국의 고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도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저인국 사람들이 소개되었고, 일본에서는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바다에서 올라온 미녀에게 이끌려 용궁으로 간 어부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인어는 키가 50m인 괴물로서 악천후와 불행을 가져온다고 하였으나, 유럽의 일부 지방에는 인어가 인간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전해진다.

인어들은 물에 빠진 남자들을 구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인간들을 물 아래에 있는 자신들의 왕국으로 데려가기도 하였다. 바다의 요정인 인어가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켜 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 들의 수호신으로 섬기고 문장(紋章)에도 새겼다. 핀란드 신화에서 인어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 주기도 하고, 병을 치료하며 마법의 물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인어는 실존하지 않은 전설상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인어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넘쳐났다. 콜럼버스의 항해일지에도 인어를 보았다는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목격자는 많아도 실제로 인어를 잡았다는 사람은 없다. 인어의 목격담은 대부분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인 매너티(manatee)와 듀공(dugong)를 보고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실제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뱃사람들은 이들을 인어로 생각하였다.

미국 북대서양 연안 멕시코만, 카리브해 연안과 아마존 강에 사는 매너티는 길이 5m, 몸무게 650kg의 큰 동물로서 바다소(해우, 海牛)라고도 불린다. 듀공도 몸길이는 약 3m 최고 중량 300kg의 체구로서 고래와 닮은 포유류 동물이다. 산호초가 많은 아프리카 동해안과 홍해, 말레이반도, 필리핀 해안, 호주 북부의 태평양 섬 주변에 분포한다. 매너티와 듀공은 뒷다리는 없으나, 가슴 쪽에 지느러미 모양의 앞발이 있어, 물위로 솟은 모습을 멀리서 보면 사람처럼 보인다. 특히 앞발로 어린 새끼를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은 어린 아기를 앉은 어머니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깊은 바다에도 인어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우리들 마음속의 인어에 관한 생각까지 빼앗아 가지는 못하였다. 깊은 바다 속 용궁에는 토끼의 간을 원하는 용왕과 함께, 인어도 같이 살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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