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대기 환자 무작정 기다리게 하지 말라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행동교정을 이끄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로 고객체험이 있다. 말 그대로 고객체험은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소비자입장이 돼 서비스를 살펴봄으로써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고 이를 구체적으로 개선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방의 모 병원에서는 직원들에게 24시간 환자와 동행해 함께 지내도록 함으로써 보다 직접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 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방적인 교육은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고객체험은 직원들이 환자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경우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고, 비로소 어떤 점을 바꿔야 할지 직접 관찰과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서비스 교육 그 이상의 더 할 나위 없는 교육방법이다. 하지만 병원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물적 인적 자원의 한계가 있다.

환자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서비스 개선을 찾는 것은 물적 인적 자원이 충분한 경우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런 논리로 해석한다면 작은 규모의 의원 급에서는 좋은 서비스 실현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서비스를 좋게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작은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환자로부터 열광 받는 의사가 될 수 있고, 입소문을 달고 다니는 병원으로 만들 수 있다. 의외로 사소한 부분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언제나 많은 환자로 부산스러운 곳이다. 개개인의 사정을 다 봐줄 만큼 병원은 여유 있는 곳이 아니다. 이런 탓에 환자가 보호받고 이해 받아야 할 곳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고 불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먼저 대기실을 보자. 환자는 예약을 하든 못했든 진료를 받기까지 알 수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려야 하는 예정된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음 편하게 책도 볼 수 있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고 조급함 없이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다. 대기환자가 많을수록 환자에게 기다림은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진료받아야 할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분명 환자의 몫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지 환자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는 대기 시간 내내 진료실로 불려 들어가는 환자의 뒤꽁무니만을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대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때 환자는 의도치 않게 민감하게 변해 버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직원의 작은 실수나 의료진의 불성실한 태도는 환자를 화나게 하기 충분한 조건을 제시하는 셈이다. 일정시간 기다리는 것이 환자의 몫이라 하더라도, 언제고 기다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말 것을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번거롭더라도 진료대기에 필요한 시간을 중간에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를 꼭 활용해 보자. 환자보다 환자의 귀한 시간을 생각해 주는 병원이야 말로 환자로 하여금 다시 찾게 만드는 일종에 프리미엄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공포와 통증에 관해 상기해 보자. 병원은 통증이 당연한 곳이다. 환자는 치료를 받든 검사를 받든 통증으로 공포스럽고, 공포 때문에 더더욱 마음을 열기가 어렵고 전문가 앞에 약자로서의 열등감을 갖게 된다. 이렇게 환자가 아픔을 느끼고 공포를 경험하게 될 때야 말로 보살핌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의료진이 아픈 환자의 감정을 토닥거릴 때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되고 불신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는 기회가 된다. 어느 정도 아플 것인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에 대한 사전설명은 서비스 프로세스 구성요소의 기본이다. 특히 통증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무표정과 퉁명스런 말투는 환자에게 절대적인 서비스 평가를 받게 된다. 환자는 아픈데 무조건 참으라는 무표정의 의료진에게 조금은 냉담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통증이라도 다독이는 느낌만 있어도 환자는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혼자가 아닌 치료를 해 주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에 말이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내는 비용에 대한 것이다. 환자의 치료비나 검사비 지불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환자의 상황이라면? 비싸다는 말만 연거푸 반복하는 환자는 직원 입장에서도 야속하겠지만,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비용은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혹시 자신을 상대로 과잉진료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과잉진료에 대해 사회가 동요하는 요즘 비싸다는 말 자체가 만으로도 의료진은 물론 환자에게도 민감하게 받아 질 수 있다. 환자의 치료나 검사는 의사의 오더에 의해 정해진다. 하지만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타당성이 결여된 채로 ‘의사의 지시’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은 환자에게 반발심을 불러 올 수 있다.

구매의 이익을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것처럼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환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면 과잉진료라는 편견은 자연스레 없어지게 될 것이다. 서비스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시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누구든 병원문을 열고 들어와, 그 병원 의료진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머리 숙이는 게 서비스인의 철저한 장인정신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환자의 민감한 부분만 잘 관리된다면 어느 병원 못지 않은 수준 높은 서비스 질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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