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혹하면 다 넘어와 Oh~Honey”

 

정은지의 식탁식톡 (14) / 꿀

‘병 맛’같은 현실에서 대리만족 현상인가요? 대한민국이 ‘꿀 맛’에 빠졌습니다. 꿀과 버터를 바른 감자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더니 꿀 라면, 꿀 패스트푸드, 꿀 맥주, 꿀 막걸리 식품 주류업계를 강타했습니다. 양으로만 해서는 1%도 안 되는 미량이 들어가지만 화장품 등 다른 업계에서도 ‘꿀’이 ‘신의 한 수’로 떠오를 정도래요. 이런 인기현상이 언제 시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덕에 ‘꿀 맛 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제가! 꿀입니다.

일상에서 뭔가 만족할만한 느낌을 말할 때 꿀 재미, 꿀 피부, 꿀 근육, 꿀 몸매, 꿀 휴가, 꿀 프로… 등 여기저기 갖다 붙여 익살스럽게 표현되면서 저의 ‘신성미’가 떨어지고는 있지만요. 이래뵈도 저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들의 식량’, 로마인에게는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겨질 정도로 신성한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악령을 쫓는 영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파라오의 옥새, 미이라를 제작할 때에 방부제로 사용되기도 했었지요.

자연이 준 최고의 치료제이자 인류 최초의 감미료! 저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포도상구균이나 피부에 번식하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완벽한 해독제였습니다. 긁히거나 화상을 입은 상처엔 항생제 연고 대신에 저를 살포시 발라주면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어요. 특히 다리미나 뜨거운 밥솥, 냄비 등에 데인 작은 화상에는 항생제 연고보다 저 꿀을 바르면 훨씬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상 치료에서 감염을 막는데 사용하는 필름드레싱이나 거즈와 비교했을 때 저를 바를 시에 평균 4일정도 회복이 빠릅니다.

요즘은 뇌섹인(뇌가 섹시한 사람 즉, 지적 매력이 있는 사람)이 인기라면서요? 저 꿀이 뇌섹인의 비결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저를 매일 잠자기 전에 먹으면 뇌 기능을 향상 시킬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제 안에 들어있는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간으로 가면 글리코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뇌에 연료 공급 역할을 해주죠. 저를 통해 간에서 만들어진 글리코겐은 밤에 잠든 사이에 뇌의 활발한 재동을 위하여 뇌를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개운하면서 활기차도록 돕지요. 에너지와 성적 향상을 위해서 2000여년 전 그리스의 운동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저를 꼭 챙겨 먹었을 정도였습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꿀이 면역력을 높여 통증 완화와 매독에 효과가 있다며 저를 치료에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걸쭉한 저 꿀 한 술은 칼로리가 22kcal에 달하고, 비타민B1, B2와 27종의 미네랄, 22종의 아미노산, 그리고 80가지의 효소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저의 이러한 성분들은 체내에서 재분해 없이 사람의 몸에 바로 흡수됩니다. 그 덕에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 좋고, 피로 회복이나 관절 보호, 감기, 치주질환 등 여러 증상에 빠른 도움이 된다고들 하죠.

이렇게 자연 치료제로서 효과가 탁월한 저 꿀! 그거 아세요? 단 1kg의 저를 만들기 위해서는 꿀벌이 약 560만 개의 꽃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요. 꿀벌의 노력은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꿀벌의 수고를 무시하고 어떻게 가짜 꿀을 막 만들어 낼 수가 있나요? 제 양은 정말 미미하게 넣고 설탕을 섞은 뒤 100% 꿀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은 꿀벌에 설탕을 먹여 키워서 ‘사양꿀’ 만들어 낸다고도 하는데요. 이 사양꿀은 꿀이 맞긴 하지만 천연의 제가 아니에요! 아직 설탕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위에서 말씀 드린 항생제, 뇌 기능 개선 등 천연꿀에서 얻을 수 있는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지요.

사실 이 사양꿀과 저 천연 꿀을 감별하기란 쉽지 않다고 할 정도니 제 가짜 복제 꿀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맛과 향, 색이 거의 비슷하다고 해요. 전문가들이 탄소동위원소측정법을 통해 제 안에 함유된 물질 구성을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때 탄소동위원소측정법에 따라 탄소비가 23.5% 이상이어야 천연꿀로 인정받을 수 있지요. 사양꿀과 천연꿀 구분이 어렵다 하더라도, 설탕이나 다른 당 성분을 둔갑시켜 꿀이라 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분해낼 수는 있습니다. 가정에 있는 꿀로 간단히 실험해보세요. 『이미지 참조』

불황의 그늘에서 사회적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시죠? 저 천연의 꿀 맛 한번 느껴보세요. 잠시라도 달콤한 맛에 사로잡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날려보길 바랍니다. 말마따나 ‘병맛’ 같은 세상, 아직 ‘꿀맛’은 살아있으니까요.

 

이럴 때 꿀 챙겨 드세요

술 취한 다음날, 숙취 때문에 고생일 때 많죠? 꿀물 드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그것도 좋지만 빵에 꿀을 발라 먹어보세요.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화학안내서_Consumer’s Good Chemical Guide』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제 속에 있는 과당(fructose)은 알코올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 과당이 빵에 함유된 칼륨과 나트륨과 시너지 작용을 해서 알코올 분해에 더욱 효과적인 작용을 해줍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어요

제 안에는 보툴리늄이라는 독소가 있는데요. 갓난아이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보툴리누스균이 만든 포자가 아기의 장내에 들어가면 독소를 생산해 건강을 위협하게 됩니다. 실제로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는 꿀을 먹인 1세 이하의 영아에서 보툴리누스 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아기를 위한 조제식, 음식, 물 등에 꿀을 넣지 말고 고무 젖꼭지에도 꿀을 바르지 말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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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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