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네병원… 나만의 노하우 가져라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의사에게 경영은 접근부터가 쉽지 않다. 경영을 한다고 이것 저것 신경 쓰고 고민하는 시간에 환자 한 명을 더 보는 것이 어쩌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수를 늘리고 검사나 치료, 고가 약을 처방함으로써 수익 창출의 폭을 키우는 게 바로 현실적인 경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보험수가를 고수하는 정부 정책으로 환자들의 병원 접근도가 쉬워 졌다. 그러나 많은 환자를 봐야 인건비 임대료를 보전하고 월급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사의 노동강도는 어느 전문직 못지 않다. 그나마 환자가 고정적으로 와준다면 다행이기도 하다. 간혹 환자가 뜸하기라도 하면 덜컥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게 요즘 의사들의 현실이다.

하루에도 입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수 십 명의 환자와 씨름하다 보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유가 없게 마련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보면 진이 다 빠져 환자에 잘 해주라는 살가운 커뮤니케이션도, 직원에게 잘해주라는 원칙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밖에 남지 않는다. 경영도 관리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작은 병원과 의원은 1인 기업경영체제이다. 대표이사급의 책임자는 오롯이 의사가 된다. 사람을 채용하고, 업체와 조율해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내고 불특정 다수에게 병원을 알리고 전문성을 어필하는 마케팅의 주체이기도 하다.

또한 의사는 소비자라는 환자를 고객으로 관리하고 연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한 CRM이라는 고객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여나 환자가 진료에 발끈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불만을 직접 해결하는 데 직접 투입돼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 상담사이기도 하다.

의대시절 배운 것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일 뿐, 매번 입퇴사를 반복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회유하고 안착시킬 것에 대한 지식도, 어떤 식으로 병원의 고정고객을 위한 프리미엄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없던 터라 현장에서 선배들의 노하우 정도를 귀동냥으로 접할 뿐이다. 결국 시행착오로 겪는 경험들이 의사들의 유일한 경영학습이 된다.

이러한 진료환경을 배제하고자 마케팅은 외주를 주고 제약사 PM들을 통해 업계동향을 자문 받으며 예전보다 못한 수익이 나올 때는 피부치료나 영양제치료와 같은 진료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생존 돌파구를 찾는다. 이 모든 게 진료를 보는 책상 앞에서 이뤄진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게 돕는 전문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진료전문가가 수익을 보전하고 창출하는 경영에 까지 몸을 담가야 하는 부담감이 더해져 요즘 의사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모두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세련되고 체계적인 진료프로그램으로 환자가 넘쳐나는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문병원의 타이틀로 대학병원 버금가는 의료진을 꾸려 환자에게 두터운 신뢰를 쌓는 병원이 동네병원들의 경쟁상대가 되고 있다.

새 상가 건물이 들어서면 그 곳에는 반드시 병원 몇 개가 함께 들어선다. 몫 좋은 곳엔 유명 프랜차이즈가 자금력을 가지고 들어서듯이 병원 옆에는 좋은 장비와 화려한 경력의 의사들이 역세권의 구매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문병원을 자처하며 틈틈이 들어선다.

크기에서 밀리고, 장비에서 밀리고, 전문의사 수에서 밀린다면 경쟁력이 없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진료, 수술 실력이 뛰어나다 해서, 장비와 시설이 좋다고 해서 모두 환자의 유인요인이 될 수 없다. 환자는 나름 자기기준에서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자들이 직원의 수다스런 환대가 기분 좋아 가는 경우도 있고, 의사의 부드러운 10초의 눈맞춤이 왠지 믿음직스러워서 좁다란 골목의 동네 의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보지만 늘 한결 같이 맞아주는 동네 의사와 직원들에게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환자는 화려한 병원에 더 부담감을 느낄지 모른다. 환자는 소비자로서 구매동기와 자신의 욕구(니즈)에 충실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의사들이 좀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기를 바란다. 환자의 마음을 읽는 힘, 환자를 고정고객으로 이끄는 힘, 환자의 아픔을 위로하는 힘, 권위를 지키고 신뢰를 쌓는 힘은 바로 환자라는 고객의 심리를 일고 서비스 마인드를 키우는 일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의사가 필요한 경영이며 가장 효력 있는 마케팅전략이다.

‘힘의 크기에서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로 맞서야 한다’라는 모 회사의 광고카피가 있다. 혼자 맞서는 경쟁이라면 마인드부터 무장해 승산을 높여야 한다. 대형서점에서는 오늘의 경쟁이 불안한 의사들을 위해 언제부터인가 전문가들의 충고와 열변이 가득히 담은 전문 책들을 진열해 놓고 있다.

그런 책들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진료패턴과 대화법에 고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고민은 행동으로 조금씩 옮겨 감으로써 직원들과의 소통이 편해지고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는 계기가 될 지 모른다. 그게 바로 경영자의 서비스 마인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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