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태교하면 영어 영재 가능, 하지만…

임신 24주 정도가 되면 태아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태아가 느끼고 기억한다는 사실이 바로 태교의 과학적 배경이다. 임신부의 복부에 강한 불빛을 비추면 태아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외부의 불빛이 태아 뇌의 시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자궁 밖 환경이 아무리 조용하더라도 태아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소음 환경에서 살고 있다. 임신부의 장운동과 심장박동 소리 때문이다. 태아가 10개월 내내 듣는 소리 중에 가장 절대적인 것은 엄마의 목소리이다. 신생아는 태내에서 마지막 약 12주 동안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

태아는 영어의 음절을 구별하고 외국어의 억양을 구분할 줄 안다. 태아의 이런 언어 잠재력을 고려해 외국어로 태교를 하는 사람도 있다. 2개 국어를 쓰는 엄마가 낳은 아이는 한 가지 언어를 쓰는 엄마가 낳은 아이보다 두 가지 언어를 배우기가 더 쉽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크리스타 바이어스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기간 중 필리핀어인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 엄마가 낳은 아기들은 영어만 듣고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영어와 타갈로그어 양쪽에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언어 선호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가지 언어만 듣고 태어난 신생아는 그 언어를 더 선호하는 반면 두 가지 언어를 듣고 태어난 신생아는 두 언어 모두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영어 영재로 키우기 위해 영어 태교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반될 수 있다.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부의 행복감과 마음의 안정, 그리고 엄마와 태아 간의 정서적 교감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박문일 박사(전 한양대 의대 학장)는 “태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임신부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영어 태교를 하고 싶다면 거창한 욕심을 버리고 임신부 본인이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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