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식 수술에 웬 약사법 적용?

 

줄기세포를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가 바로 골수이식이다. 1969년 도넬 토마스 박사는 골수 내에 혈액을 재생할 수 있는 세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골수이식을 통한 백혈병 치료에 성공했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의 영역에 속했던 질병 치료가 가능해졌다.

물론 아직 줄기세포치료의 기술적 어려움은 남아있다. 배아줄기세포의 배아 지위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 줄기세포를 이식한 뒤 나타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 원하는 세포로 분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미분화된 줄기세포의 무한 분열 등이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당뇨, 척수손상, 심근경색, 동맥경화증, 퇴행성관절염, 치매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이론적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연구는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성과 못지않게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도 진화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원복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줄기세포치료 규제의 입법과 해석”을 주제로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는 규제대상이지만 줄기세포 ‘치료’는 규제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지난 2003년 한라병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한라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람의 신체에서 분리된 세포가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인체조직이 아닌 세포단위로 사용되는 경우는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약사법을 기준으로 한 판결을 내렸다.

줄기세포 이식수술은 의약품이 아닌 치료행위라는 병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물론, 식약처의 치료제 정의 기준 역시 존중되지 않은 채 법원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반대로 사법부가 행정기관의 법해석을 존중했던 미국 셰브런 사건 판시를 언급했다. ‘고정 오염원’의 정의를 공장 내 개별 장치에서 공장부지 전체로 바꾼 미국 환경청의 시행규칙을 놓고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환경단체는 환경청의 시행규칙이 모법에 위배된다며 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고등법원은 이를 인정해 상위규범인 ‘청정공기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정유회사 셰브런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고, 연방 대법원은 “행정청의 합리적인 법률해석을 심사법원 스스로의 법률해석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청의 법해석을 존중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국가 공동체의 공적인 의사결정을 사법부와 행정부 중 어디에서 담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가, 권한의 분배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행정판단은 민주적 정당성과 기관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행정부의 법률해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영역 관련 정부입법에 관해서도 행정부의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와 치료에 관한 규제의 정책적 차이가 과연 올바른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와 치료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생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줄기세포치료 및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리스크에 따른 규제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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