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머리에 떠오른 건 기억일까, 상상일까

 

바다 위에 떠있는 보트에 대해 묘사한 글이 있다고 치자. 이 글을 읽고 났을 때 해당 글에 등장하는 보트가 상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실제 본 것을 기술한 것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러한 구분을 해야 하는 이유는 중요하게 적용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법정에서 목격자의 기억에 의존해 실마리를 풀어가는 상황이 그렇다. 판사는 목격자의 증언을 듣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상상은 창조된 것이라는 점에서 기억과 확연히 다르지만 종종 둘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본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습이 상상인지, 실제 목격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불분명한 기억 때문에 사람들끼리 다투는 일도 일상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낯선 사람이 하는 말이 실제 기억을 상기시킨 것인지, 상상력을 발휘해 지어낸 이야기인지 분별해낼 수 있을까. 미국 미시간대학교 행동과학부 연구팀이 2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연구팀이 제공한 다양한 물건과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보트, 의자와 같은 단어만 보고 해당 물건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팀은 그들이 본 것이나 상상한 것을 최대한 많이 떠올리는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사전에 공지했다.

그리고 기억력을 떠올리는 실험을 진행하기에 앞서 실험참가자들의 집중력을 방해하기 위해 5분간 산수 문제를 풀도록 했다. 산수계산이 끝난 뒤에는 앞서 보았던 물건이나 사진의 모습, 단어를 보고 상상했던 이미지들을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적은 내용 중 “내가 직접 본 것은…”이라거나 “내가 상상하기론…”처럼 목격한 것인지 상상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을 삭제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실험참가자 30명을 대상으로 이 글들을 읽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글의 내용이 상상력에서 나온 것인지 직접 본 것을 기록한 것인지 분별하도록 했다.

실험결과, 과반수의 사람들이 실제기억과 상상력을 구분해냈다. 실제 사물이나 사진을 보고 기록한 글은 63%의 사람들이 직접 보고 기록한 글이라는 점을 알아맞혔다. 상상력에 의존해 적은 글은 57%의 사람들이 실제 보고 묘사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상상력을 분별하는 사람이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연구팀은 정답을 맞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차가 크진 않지만 이번 연구결과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억과 상상력에 의존해 기술한 내용의 질적 차이를 좀 더 세심하게 분석해본 것이다.

그 결과, 직접 보고 적은 글에는 계절을 예측할만한 단서가 좀 더 담겨있었다. 이는 연구팀이 제공한 사진에 담긴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상상력을 통해 기록한 글에는 장소나 소리와 연관이 있는 내용이 좀 더 담겨있었다. 이는 시각적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면 기억력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정보의 차이를 좀 더 확실히 분별해내는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훈련을 통해 상상력이나 기억력을 좀 더 잘 발휘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기억저널(Memory Journal)’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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