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한국은 아직 아니다”

 

김치원의 ‘지금은 디지털헬스 시대’

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디지털 헬스케어가 차세대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몇몇 요인들을 살펴 보면 그 까닭을 점치기 쉬울 것입니다.

첫 번째 요인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입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모바일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24.5%로, PC 보급률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연동만 시키면 굳이 복잡한 프로세서를 장비에 탑재시킬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장비의 크기 역시 작아져서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가격도 싸져서 누구나 편하게 사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및 연동된 작은 장비를 늘 지니고 다니게 되면서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혹은 일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 병원에 가서야 받을 수 있던 검사를 몇몇 앱을 통해 하루 종일 간편히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늘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사용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값싸고 손쉽게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질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을 관리하고 이미 질병이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 병원과 의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늘어나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전 세계 최대의 의료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GDP대비 의료비 비율이 16.9%에 달해서OECD 국가 중 2위인 네덜란드의 12.1%를 크게 뛰어넘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7.6%로 OECD 평균인 9.3%보다 낮습니다.

현재의 지출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서 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중국과 같이 경제 수준에 비해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의 경우,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의료비가 증가하는 속도를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병원에서 의사가 값비싼 장비를 이용하여 진료하는 것을 대체하고 한발 더 나아가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여 병원에 갈 일을 줄여줄 것을 약속합니다. 따라서, 의료비를 부담하는 보험자 혹은 국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하여 의료비를 절감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나라마다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공적으로 도입되어 향후 의료비를 절감하게 되었을 때의 모습도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대략 다음의 그림과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의 의료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향후 늘어나는 의료비는 물론 현재 병원, 의료기기, 제약회사 등에 지출하고 있는 의료비의 일부까지도 디지털 헬스케어로 넘어가야 의미 있는 정도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이와는 달리, 아직 의료비 규모가 작은 편이고 현재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키워야 할 유인이 크기 때문에 기존 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늘어나는 의료비의 일부를 디지털 헬스케어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 요인은 의료 이용의 불편함입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는데 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얼마나 수월한지를 의미하는 의료의 접근성과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 경험이 그것 입니다.

의료의 접근성은 아프리카와 같은 후진국에서 주로 문제가 됩니다.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에이즈와 같은 질병 진료에서부터 출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아직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핸드폰이 잘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서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의사를 대신하여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의 접근성은 후진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한다는 미국도 의료의 접근성에 제약이 있습니다. 의료보험료가 비싸서 보험 미가입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1차 진료망이 잘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스마트폰의 보급, 의료비 증가, 의료 이용의 불편함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선진국 및 중진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인데 의료비 증가와 의료의 접근성 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의료비의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및 절대적인 액수 모두 미국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비를 절감해줄 수 있다면 미국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어 그 만큼 큰 시장이 생겨날 여지가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벌일 인자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그만큼 개선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할 여지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국가들 중에도 의료 접근성이 낮은 경우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토가 크고 인구 밀도가 낮은 호주나 캐나다의 경우 인구가 몰려있는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듭니다. 이 경우,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높으며 원격진료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경제력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 역시 의료 접근성이 낮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들 핵심 요인을 갖춘 국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이들 요인이 부족하더라도 부가적인 상황 요인이 갖추어진 국가들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 전달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주치의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사를 만날 필요 없이 환자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와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들을 놓고 생각해 볼 때 향후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에서의 발전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아울러 캐나다, 호주 및 중국과 같이 의료비 문제는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의료의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도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또한, 독일,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도 이들의 의료 시스템을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먼저 성장 요인을 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IT 산업이 발달했고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7.6%로 OECD 평균인 9.3%보다 크게 낮을 정도로 의료비 부담이 적고 웬만한 도시에서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전문의 진료를 손쉽게 받을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의료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할만한 시장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가적인 상황요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과 관련한 요인은 해당됩니다. 하지만 1차 의료 기관에서 평소의 건강을 관리 받고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 1차 진료 의사의 의뢰를 받아 대형 병원에서 진료 받도록 하는 의료 전달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우리나라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 및 의료 제도적 특성에 기인하는 부분이 큽니다. 원격 진료 허용 여부에 관한 식약처의 규제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시각도 있지만 규제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디지털 헬스케어에 뛰어들고자 하는 국내 회사들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적은 우리나라를 떠나서 미국 등 향후 성장 전망이 큰 나라를 주 시장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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