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햄버거? 정크푸드는 쓰레기인가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식당에 앉자마자 주문과 동시에 ‘빨리 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도성장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구조적 변화는 일상에 속도를 더했고, 식습관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변질된 ‘배달의 민족’은 배달문화에 속도경쟁의 불씨를 붙였고, 패스트푸드는 번창했다.

햄버거와 피자, 콜라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흔히 ‘정크푸드(junk food)’로도 불린다. 정크란 우리말로 쓰레기를 뜻하는데, 식품영양학에서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을 가리킨다. 아이들에게 인기라 소아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면서 각국에서는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알리고, 학교 내 판매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확산되는 패스트푸드에 대항해 세계적으로는 슬로푸드 운동이 일어났다. 슬로푸드란 느긋한 식사,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 등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식문화 운동이다. 현재 40여개국에서 7만여명이 슬로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식생활에서 패스트푸드는 과연 악이고, 쓰레기일까.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학술세미나에서 “타고 난 ‘정크푸드’는 없다”고 했다. 모든 식품은 좋은 기능과 함께 미량이나마 독성이 있는 위해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상도 교수는 “햄버거와 피자 등 저렴하고 편리하게 한 끼 때울 식사로 제공되는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일부에서 신선하지 못하고 품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슬로푸드는 몸에 좋고, 패스트푸드는 나쁘다는 이분법적 판단이 괴담을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썩지 않는 햄버거’ 논란이 대표적이다. 하상도 교수팀은 이슈가 되고 있는 썩지 않는 햄버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실이 아니었다. 시중에 나온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치즈버거의 빵과 패티를 수거해 10주간 상온에서 포장된 상태로 상자에 보관해 저장성을 검증해보니 패티는 2-3일이면 부패하기 시작했고, 빵은 제조사에 따라 달랐지만 모두 2개월 안에 곰팡이가 피었다. 햄버거 빵의 경우 베이킹 온도와 수분함량 차이에서 곰팡이가 피는 데 시간차를 보였지만, 보존료 사용이 원인은 아니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를 영양과 기능성으로 비교하면 슬로푸드가 우수하지만, 위생과 안전성으로 견주면 오히려 패스트푸드의 장점이 슬로푸드보다 크다. 하상도 교수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는 조리 후 빨리 제공돼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슬로푸드에 비해 장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음식이 원인이 돼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상도 교수는 “비만이나 건강을 잃는 원인을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과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균향되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도 “동일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꾸준한 운동을 한 어린이는 비만도가 정상인 반면, 앉아서 하는 활동을 좋아한 어린이는 비만도가 높았다”며 “비만의 원인을 특정 음식에만 국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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