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칠한 감방에선 수감자 순해진다?

교도소의 이미지는 칙칙하고 어둡다. 죄수들이 죗값을 치르는 공간인 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벌을 주는 것 못지않게 수감자들을 교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교도소의 환경변화가 교화를 유도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 중에 분홍색과 공격성 사이의 상관성을 실험한 연구들도 있다. 분홍색이 죄수의 공격성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까?

1970~8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분홍색이 죄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해왔다. 하지만 당시 연구들은 실험설계에서 허점이 많았다. 한 연구에서는 죄수들에게 분홍색 혹은 파란색 카드를 선물로 증정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그리고 연구팀은 분홍색 카드를 받은 죄수들이 연구팀에게 덜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분홍색 카드를 건넬 때 좀 더 친절한 태도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실험설계가 허술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용실의 색깔을 분홍색 혹은 흰색으로 칠한 뒤 죄수들의 성향을 1년간 관찰했다. 하지만 분홍색과 흰색 방에 수감된 죄수의 관찰 시기가 각각 달랐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비교실험이 아니므로 방 색깔 외의 다양한 요인들이 죄수의 성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반면 최근 벨기에 겐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비교적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실험환경을 조성해 앞선 실험과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스위스의 한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경비요원들에게 남성죄수들의 공격적 성향을 측정하는 방법을 훈련시켰다.

실험대상자는 감옥 내 규정을 어겨 특별 구금된 죄수 59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실험대상 죄수들을 절반으로 나눴다. 그리고 한 그룹은 벽, 천장, 바닥이 모두 분홍색으로 페인트칠된 방에 수감되도록 했고, 또 다른 그룹은 회색 바닥과 흰색 천장 및 벽으로 이뤄진 방에 가두었다. 두 유형의 방은 색깔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구성돼 있었다.

각 방에 수감한 뒤 3일간 죄수들을 관찰한 결과, 공격적 성향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과 달리 방 색깔에 따른 공격성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분홍색 방에 수감된 죄수들이 흰색 방에 수감된 죄수들보다 특별히 더 침착하고 얌전해지는 성향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올리버 겐쇼 박사는 분홍색으로 칠한 방이 죄수들을 침착하게 만든다는 기존 연구에 반박을 제기했다. 겐쇼 박사는 “오히려 분홍색 방에 가둔다는 점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남성다움을 침범 당했다는 굴욕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심리학·범죄·법(Psychology, Crime & Law)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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