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직전,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람이 죽는 순간 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면 혈액 흐름이 중단되고 신체의 나머지 부분이 서서히 정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산소 결핍으로 죽기 직전 실험쥐의 심장과 뇌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뇌에서 심장으로 한바탕의 신호가 보내지고 이로 인해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가해지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이 신호를 차단하자 심장은 더 오래 살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만약 이런 상황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심장이 정지한 후에 뇌로부터 소나기처럼 나오는 신호들을 차단함으로써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지모 보르지긴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기는 하지만 심장을 살리려면 뇌와 심장 사이의 화학적 연락을 끊어야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 통계에 의하면 매년 4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심정지를 겪고 있다. 응급 처치가 이뤄져도 이들 중 약 10%만이 생존해 병원에서 퇴원한다.

연구팀은 왜 평소 건강한 사람의 심장이 산소가 없으면 단 몇 분 만에 기능을 완전히 정지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다뤘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심정지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생명에 대한 징후가 전혀 없을 때라도 두뇌는 계속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르지긴 박사는 “심장이 죽어갈 때 뇌로부터 엄청난 신호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신호가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임사 체험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사 체험은 죽음의 문턱까지 갖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음 너머의 세계를 본 신비스러운 체험을 말한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심정지 상태로 유도한 뒤 뇌파검사와 심장 초음파를 통해 뇌와 심장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쥐의 심장 박동 수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뇌에서 쾌락과 행복감과 관련된 도파민과 주의력과 경각심을 일으키는 노르에페프린 같은 신경 화학물질이 12종도 넘게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쥐에게서 심실세동 증상이 나타나자 쥐의 척수를 잘라냄으로써 뇌로부터 심장에 흘러들어가는 이런 화학물질의 흐름을 차단했다. 그러자 심실세동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실세동은 심장의 박동에서 심실의 각 부분이 무질서하게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로 심장에서 혈액을 퍼 올리는 것을 막게 된다.

연구팀은 심실세동 증상이 나타났을 때 뇌에서 심장으로 가는 화학물질을 차단한 쥐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채 가만히 놔 둔 쥐에 비해 3배나 오래 생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르지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많은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으며 과학전문 뉴스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했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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