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부작용 줄인 난소암 치료제 국내 출시

 

두 달 전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도 안 돼 내과를 찾은 50대 여성 A씨. 치료를 해도 차도는 없고, 배는 더욱 불러오기 시작했다. 결국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은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량의 복수와 함께 난소에서 종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난소암이었다.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두려워하는 부인암이 바로 난소암이다. 발병률은 유방암의 1/10이지만, 5년 생존률이 25%에 불과한 난치성 암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난소암은 종양이 복부에 찰 때까지 증상이 없어 환자의 절반 이상이 3, 4기가 돼야 병원을 방문한다”고 했다.

난소암은 생존률이 낮은 반면, 재발률은 매우 높은 암이다. 지난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은 26.9% 증가했지만, 난소암은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2-5년 내 재발했고, 국내에는 해마다 2천명 이상이 난소암 환자로 새로 진단받고 있는 실정이다.

난소암의 원인은 끊임없는 배란에 있다. 배란 후 상피세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암이 생긴다.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의 위험은 높아진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배란 횟수를 줄이는 피임약 복용과 출산은 난소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출산 경험이 없는 45세 이상 미혼여성은 난소암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난소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체 난소암 환자의 10%는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유전성 난소암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병기 교수는 “생존률을 따지면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45세 이전의 근치적 절제술은 불임과 호르몬 분비 이상 등을 초래한다”고 했다.

난소암 치료의 첫 단추는 수술이다. 수술 후 잔류 종양이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다. 종양을 다 떼어내면 그만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병기 교수는 “잔류종양이 없을 때 5년 생존율은 50%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표준항암제로는 정맥 내 파클리탁셀이나 도시탁셀과 카보플라틴의 병용투여가 쓰인다.

문제는 심각한 탈모 등 부작용이다. 탈모는 여성으로서의 상실감과 심리적 위축,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초래해 환자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면서 탈모와 감각 신경이상 등의 부작용을 줄인 치료제가 국내 등장했다.

한국얀센은 7일 난소암 치료제인 ‘케릭스(독소루비신 성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케릭스는 재발한 진행성 난소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탈모와 감각 신경 이상과 같은 이상 반응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6개월 이후 재발한 난소암 환자 9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CALYPSO 연구에 따르면 케릭스와 카보플라틴 병용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11.3개월로, 파크리탁셀과 카보플라틴 병용투여군(9.4개월)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케릭스가 2달 정도 2차 재발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탈모와 감각 신경이상 등 이상반응 역시 대조군보다 낮았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 4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케릭스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는 62.7주로 토포테칸 투여군(59.7주)보다 사망위험을 18% 줄였다. 탈모의 경우 대조군은 49%에서 보고됐지만, 케릭스 투여군은 16%에 그쳤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난소암 환자와 가족들은 반복되는 치료와 탈모 등 심각한 부작용, 낮은 생존률로 경제적, 심리적 고통이 크다”며 “효과적 치료제의 도입으로 난소암 환자의 삶의 질이 보다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케릭스의 주 성분인 독소루비신은 구조적으로 캡슐화된 상태로 종양세포에 전달돼 반감기가 길고, 기존 독소루비신보다 심장독성과 탈모 등의 부작용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 10월에 허가돼 2013년 1월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5년 11월 FDA 승인을 얻어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의 가이드라인에 등재됐다. 현재 전세계 85개국에서 케릭스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케릭스에 앞서 한국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 성분)’이 지난 2013년 3월부터 난소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얀센의 케릭스 출시에 이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난소암 치료제인 ‘린파자(올라파립 성분)’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연내 3개의 난소암 치료제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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