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협, 중국 겨냥 ‘장보고 프로젝트’ 추진

 

CEO 프리즘 / 이재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대성마리프 회장)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습니다.” 국내 5백여개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모임인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의 이재화 이사장은 ‘내수 활성화를 통한 수출 증진’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 정책개발과 역량강화, 내수촉진과 수출지원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지원책도 강구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일단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의 영향 탓이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수출은 전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지만, 10% 정도 오른 수출단가로 만회했다. 덕분에 출하량 기준으로 내수와 수출에서 4-5%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비슷하다.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고, 다국적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로 수입 제품이 크게 늘어나 내수와 수출의 상승폭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 SKT, 제약사 등 대기업의 시장진출도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수익성 중심의 내수 확대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수 촉진책… 국공립병원 국산 데모장비 지원

이재화 이사장은 지난 24일 기자들을 만나 내수촉진을 위해 국공립병원에 국산 데모장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협의를 마쳐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데모장비를 사용할 기회를 제공해 국산 의료기기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데포장비 품목은 현재 내부에서 협의 중이다. 병원의 구매 계획이 있는 장비를 우선 선정하되 회원사 신청을 받아서 특정사 품목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정하게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국산 데모장비 사용에 대한 공감대는 이재화 이사장이 취임 첫 해부터 시작한 의료기기 상생포럼을 통해 형성됐다. 품질을 평가받아 신뢰도를 높이고, 사용 후 구매 의욕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재화 이사장은 “국산 의료기기가 해외 장비의 수준과 동등하다는 조합의 비교임상 등을 토대로 신뢰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해외시장에서도 호평 받는 수준”이라며 “직접 데모장비를 사용해 성능을 평가한 뒤 써보겠다는 수요도 있어 이러한 의견이 합치돼 추진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돼 내수가 탄력을 받으면 수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이재화 이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조합이 지난 10여년간 독일과 중국,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등 해외 10여개 전시회에 참가하며 풍부한 해외시장 개척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재화 이사장 스스로도 해외시장 진출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국내 공압의료기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인 대성마리프를 운영하면서 전세계 7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하는 세계일류상품 업체로도 선정됐다. 대성마리프의 사지압박 순환장치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권에 드는 제품이다.

이재화 이사장은 미국 등지의 수출 컨소시엄, 시장 개척단과 함께 한중 FTA 활용방안을 강구해 수출 길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특히 G2로 떠오르며 세계 2위 규모의 의료기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진출이 관건이다. 의료기기조합은 이를 위해 중국에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현지화 전략인 가칭 ‘장보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조합은 지난해 중국 장시성과 주하이의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협력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수출 증진책… 중국 겨냥 가칭 ‘장보고 프로젝트’ 추진

의료기기조합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상급병원의 경우 자국산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고, 중국 내 조립공장이라도 세워야 입찰에 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인접한 3개국에서 생산하는 장비를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화 이사장은 “나라마다 공장을 만들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적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며 “시험검사 시간도 길고, 결과를 보내다 기술이 유출되는 현실을 고려해 국내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면 인증이 나오도록 정부가 도와주면 기술보호도 되고, 비용절감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전시와 중국 관련 정부 건의 사항 등에 대한 정부의 답이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 같다”고 했다.

한층 강화된 유럽CE 인증도 국내사들에게는 고민이다. 최근 유럽시장 내 불거진 안전성 사고로 CE인증기관들이 지정 취소되는 경우도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보통 3-6개월 정도 걸리던 인증기간이 1년 이상 지연돼 인증을 새로 받거나 갱신하는 제조사 모두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현실이다.

이재화 이사장은 “내년을 목표로 CE인증을 준비하면 지금해도 늦다”며 “강화된 유럽의료기기인증제도(MDD)가 요구하는 시설과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CE인증 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돼 국내사의 수출 지연을 보완할 CE인증 방안을 만들어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라고 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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