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란… 목욕녀 훔쳐보는 그 야릇한 눈빛

 

배정원의 Sex in Art(7)

이 그림 앞에 서면 뽀얗게 빛나는 우윳빛 피부의 여성이 화면 전체를 압도한다. 그녀의 풍성한 알몸은 기품 있고 우아한 얼굴과 대비돼 더욱 돋보인다. 그녀는 지금 자기 집 정원에서 목욕하고 있기에 몸을 가릴 이유가 없다. 걱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편안한 표정의 얼굴, 손목의 보석 팔찌, 금발의 고수머리 결을 장식한 장식품, 주변에 놓인 향유병과 보석 장신구, 옷가지가 부유한 남자의 사랑받는 아내라는 것을 뚱겨준다.

아름다운 정원은 잘 손질돼 있다. 목욕탕 주변엔 장미꽃 나무가 울타리로 우거져 바깥세상으로부터 그녀의 목욕 모습을 가리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한가로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다. 한쪽 다리는 물에 담근 채, 한쪽 다리를 모아안고서 거울 속의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그야말로 심신의 무장해제, 그녀는 지금 평화롭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녀 앞 장미꽃울타리 벽 앞에 나이든 남자가 몸을 굽혀 그녀를 훔쳐보고 있다. 그녀의 벗은 몸을 보느라 무거운 옷을 입은 채 웅크려서는 목을 뺀 불편한 자세도 참을 만한가 보다. 그런가 하면 장미 울타리 끝에도 나이든 남자가 그녀의 벗은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그림은 구약성서의 외경인 『다니엘서』 13장에 나오는 수산나와 나이든 원로의 이야기이다.

수산나는 바빌론의 부유한 히브리인 요하김의 정숙한 아내다. 요하김은 거부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아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수산나는 방문객들이 돌아간 저녁 무렵이면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곤 했다, 어느 날 수산나는 정원을 산책하다가 목욕을 하기로 하고, 하녀들에게 향유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도록 이른 뒤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간다, 한참 목욕을 하고 있는 그녀를 몰래 훔쳐보는 이들은 이 지역의 유명한 장로들이었다. 평소 아름다운 수산나에 반해 그녀에게 음심을 품어 오다 우연히 수산나가 목욕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원로들은 혼자 있는 수산나에게 다가가 통정할 것을 강요하지만 수산나의 퇴짜를 받는다. 앙심을 품은 두 장로는 수산나가 정원의 나무 아래서 젊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았다고 고발했고 수산나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때 신의 계시를 받은 유대 청년 다니엘이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다니엘은 두 원로에게 따로따로 어느 나무 아래에서 관계를 했는지 물었다. 한 사람은 유향나무, 한 사람은 떡갈나무 아래라고 대답해서 수산나는 누명을 벗을 수가 있었다.

이 그림은 지난번 소개한 ‘불카노스에 발각된 비너스와 마르스’의 화가 틴토레토의 작품이다.

‘틴토레토(어린 염색공)’이란 별명을 원명보다 즐겨 사용했던 자코포 로부스티(1519~1594)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염색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창적인 시점을 가진 틴토레토는 활달하고 해학적인 시각으로 극적인 자세의 역동적인 인물들을 그려냈고, 극심한 명암대비로 자신의 주제를 드러내기를 좋아했다.

틴토레토의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드로잉과 티치아노의 색채를 통합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르네상스의 주요한 두 계통인 피렌체와 베네치아 화풍의 장점을 자기 나름대로 녹여 새로운 틴토레토의 화풍을 만들어 냈다고 평해진다. 그는 귀족적이라기보다 서민적이었고 그림을 그리는 속도가 전설적이었다고 할 만큼 대작과 다작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 뒤에 이어질 장면은 두 장로가 수산나에게 다가가 통정을 강요하며 협박하는 장면이겠다. 평화롭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순진한 얼굴의 수산나가 얼마나 놀랐을까?

목욕하는 여자를 숨어 훔쳐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 중의 하나이다. 목욕하는 수산나 뿐 아니라 목욕하는 밧세바도 유명하다. 목욕 장면을 들킨 여자들을 그린 그림들이 많은 것을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보는 것에 열광하는 것이 분명하다. 또 목욕하는 수산나의 그림조차 그 속의 순결한(?) 주제와는 상관없이 목욕하는 여자의 벗은 몸에 초점을 맞춘 것을 보면 남자들의 관음 본능은 참 대책이 없다.

틴토레토 뿐 아니라 렘브란트, 장 밥티스트 상태르, 야콥 요르단스, 로렌조 로토, 아르테미지아 젠틸레스키, 알렉산드로 알로리 등의 작가들이 목욕하는 수산나의 벗은 몸과 훔쳐보기를 그렸다. 이중 유일한 여성화가인 아르테미지아의 그림 외에는 ‘훔쳐보기’를 당한 수산나의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을 표현한 작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알렉산드로 알로리는 수산나가 원로들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그림을 그려 실제 그림속의 교훈어린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관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동의하지 않는 낯선 사람의 벗은 몸이나 그들이 하는 성행동을 훔쳐보며 성적인 흥분과 쾌감을 느끼는 것을 ‘관음증(voyeurism)’이라고 한다.

그림 속의 원로들이 지속적인 이상성행동을 하는 ‘관음증자(voyeur)’는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우연히 음욕을 품고 수산나의 벗은 몸을 보았고, 그녀의 몸을 탐하려 했지만 ‘관음증’인 사람은 실제로 자신이 훔쳐보고 있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지 누군가를 훔쳐봄으로써 성적인 쾌감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이 관음증적 쾌감의 본류인지도 모른다.

관음증자는 훔쳐본 기억을 갖고 상상하고, 주로 엿보는 동안이나 그 후에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관음증은 주로 15세 이전에 시작되며,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동안 관음의 기술은 늘어간다. 관음증은 아주 일반적인 성범죄 중 하나이며, 관음증자는 대개 남자들이다. 또 관음증자의 행동은 한 달 동안의 자위행위 빈도, 한 해 동안의 포르노 사용빈도, 그리고 다른 일들보다 훨씬 쉽게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연구결과에 의해 밝혀져 왔다.

최근에는 이렇게 누군가의 평상시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TV프로그램,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몰카가 포르노그래피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 관음증자들은 노출증자와 마찬가지로 여리고 유순하며 현실세계에서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현대의 관음증자는 ‘훔쳐보기’의 본능이 지나치게 자극돼 개발된, 평범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는 ‘관음’을 부추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상에서는 남의 신상 캐기가 사냥개들이 한 마리 여우를 쫓아가서 마침내 찾아내어 갈기갈기 찢어 대는 ‘여우사냥’같이 잔인하게 진행되며 대중들은 그것을 향유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음증의 대척점에는 ‘원하지 않았던 엿보기’를 당한 이들의 성적 상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음증자를 ‘엿보는 톰(Peeping Tom)’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1세기 영국 코벤트리의 영주의 부인 고디바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인 영주가 농노들에게 너무 혹독한 세금을 부과하자 남편에게 세금을 줄여주기를 간청한다. 그러자 영주는 ‘당신이 옷을 벗고 알몸인 채 영지를 돌면 세금을 내려 주겠다’고 비웃는다.

고디바부인은 알몸인 채로 말을 타고 영지를 돌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실행한다. 영주의 부인이 자신들을 위해 그런 수치를 감당하겠다고 하자 영지의 백성들은 그날 온 창문을 가리고 고디바 부인이 영지를 도는 동안 누구도 그녀의 벗은 몸을 보지 않기로 약속한다, 고디바 부인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도는 동안 누구도 밖을 내다보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 양복재단사였던 톰이 커튼을 들어 올려 그녀의 알몸을 엿본다. 톰은 자비의 목적으로 알몸시위를 하던 고디바의 몸을 훔쳐보려 한 벌로 그 순간 장님이 되고 말았다 한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다 보면, 결국은 꼭 봐야 할 것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피핑 톰’의 일화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글 : 배정원

(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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