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금, 저녁엔 독? 밤낮 나를 사랑하세요

 

정은지의 식탁식톡 (8) / 사과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마녀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기하고 그녀를 죽이려 독이 든 사과를 건넵니다. 백설공주는 의심 없이 사과를 베어 물죠. 이 이야기에서 사과는 ‘욕망과 유혹’을 나타내지만, 왕자의 키스로 공주의 몸에서 독이 사라진 덕에 ‘사랑과 불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설공주에 나오는 과일이 왜 ‘사과’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 사과의 팔방미인 면모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마녀가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한 묘책으로 사과를 선택한 이유는 작가인 그림형제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은 이상 확실히 알 수 없겠지만, 당시 가장 친숙하고도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과일로서 저를 택하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저는 고대 서양 유럽에서 계층을 불문하고 다른 어떤 식품보다도 즐겨먹는 과일이었습니다. 포만감을 주는 과일로써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죠. 또한 백설공주에게 건네진 빨간 사과는 백설공주보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마녀의 욕망이 투영된 ‘미인의 과일’로서 그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성서 에덴동산 아담의 사과에서부터 비너스의 사과, 뉴턴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등 신화, 과학, 문학,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저는 단골로 등장해온 과일입니다. 매우 흔하지만 예쁜 모양과 맛, 영양분 등으로 인해 상서로운 과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백설공주가 낯선 이의 사과를 넙죽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였겠지요. 어쩌면 제가 하얗고 고운 피부 유지에 좋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 층 더 강화시켜 줄 과일로 여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삭아삭 상큼한 맛이 백설공주의 입맛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고요. 자신 있게 말해 보건 데, 그 미모의 백설공주에게 저는 젊음과 건강을 위해 항상 먹던 과일이었을 겁니다.

백설공주는 마녀의 독사과로 인해 잠시 ‘단명’하긴 했지만, 하루에 한 개씩 저를 가까이 하면 수명도 10%가량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제 안의 여러 항산화 물질이 몸 속의 독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어 건강을 유지시키기 때문이지요. 이전 여러 연구에서도 사과를 꾸준히 먹으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20%정도 낮아진다고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산화 물질 중에서도 폴리페놀 함유량이 높아 항암과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폴리페놀은 장 내 항암물질의 생산을 도와 종양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펙틴은 장을 약산성으로 유지시켜주며 나쁜 균은 없애고 좋은 균만 남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근육강화에 도움이 되는 우르솔릭산이 풍부하죠. 펙틴과 우르솔릭산은 제 껍질 가까이에 많이 붙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농약 때문에 걱정이라고요? 잘 씻기만 하면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사과에는 농약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농가에서 사용중인 농약은 몸 안에 거의 축적되지 않도록 연구 개발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흐르는 물에 잘 씻어 통째로 아삭아삭 상큼한 식감을 즐겨보세요.

사람들은 저를 언제 먹느냐에 따라 아침엔 ‘금’, 점심엔 ‘은’, 저녁엔 ‘독’이라고 하던데요. 아침에 먹는 사과가 이로운 까닭은 포도당 공급으로 두뇌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언제 먹어도 사실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저녁에 독이 된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식이섬유 때문인데요. 밤에 식이섬유를 섭취하게 되면 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을 유도해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과의 섬유질이 잠을 방해할 정도로 부담이 되지는 않죠.

유기산의 일종인 사과산도 위의 산도를 높여 위벽을 자극하고 속 쓰림을 유발하거나 위산역류로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저에 대한 오해입니다. 오히려 저와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은 위·식도 역류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밤낮 가릴 것 없이 저를 더욱 사랑해주세요. 하루 1개 사과가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는 말처럼, 하루 한번 저를 만나는 모든 분들을 위해 건강함을 지켜드릴게요.

 

이렇게 골라주세요

꼭지가 푸른색이 돌고 물기가 있으면 신선한 것입니다. 반면 꼭지가 시들어 있고 가늘며 잘 부러지면 수확한지 오래된 것이죠. 표면에 끈끈한 왁스 질이 묻어있는 것도 신선도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나무에서 과숙되거나 수확한지도 오래됐다는 뜻이죠. 꼭지 있는 부위가 아닌 반대부위인 ‘체와’라는 부위의 색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담홍록색으로 녹색을 띄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더 달게 먹고 싶으세요?

이미 수확된 사과, 더 달게 먹을 수 있을까요? 과일은 대체로 미지근한 온도에서보다 차가운 온도에서 더욱 달게 느껴진답니다. 과일의 단 맛을 내는 성분인 α(알파)형과 β(베타)형이 있는데요. α형보다 β형이 단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감미도가 3배 높습니다. 이 당분 β형이 온도가 내려갈수록 증가해 맛을 더 달게 하지요. 냉장고 온도 정도로 적당히 차게 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은 먹지 마세요
제 씨앗은 자체보호수단으로 시안(청산)배당체라는 자연독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해롭지 않으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시안화수소를 생성하는데요. 이 성분이 청색증 등을 유발해 많이 먹으면 위험합니다. 백설공주가 먹은 마녀의 독 사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씨앗은 되도록 먹지 마세요.

 

[그래픽=엄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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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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