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켜버린 외도 현장… 능청스런 비너스 “내가 뭘?”

 

배정원의 Sex in Art(6)

불카노스에 발각된 비너스와 마르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이 그림을 보면 아주 풍자적이고, 웃음이 나온다. 영락없이 외도 현장을 들킨 남녀와 오쟁이를 진 남편의 모습이다. 갑자기 쳐들어 온 듯 방안의 분위기는 시종 어수선하다. 남편이라기엔 심지어 늙어 보이기까지 하는 기술자의 신 불카노스는 아내인 아름다움과 정욕의 여신 비너스를 의심해 그녀의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는 얇은 베일을 떠들어 보고 있고, 외도의 현장을 들켰음에 분명한 비너스의 얼굴은 그에 비해 당당하기만 하다. ‘외도 증거? 찾을 테면 찾아봐라’는 듯이 베일을 들어주는 뻔뻔함까지 묻어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실제 외도가 이루어지고 있던 현장이라서 정부인 전쟁의 신 마르스는 민첩하게 탁자 밑으로 몸을 날려 숨기는 했으나 아직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 그를 발견한 개가 마르스를 보고 한참 짖어대는 중이다. 전쟁마다 승리하는 용감무쌍한 신 마르스이지만 짖어대는 개를 보는 그의 얼굴은 난감하고 당황함이 가득하다. 분명 불카노스는 개 짖는 소리를 따라 마르스를 곧 발견할 것만 같다.

아프로디테라고도 불리는 비너스는 아름다움과 정욕의 신이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나 일곱 토막으로 나뉘어져 세상에 던져 졌을 때, 바다에 떨어진 그의 성기가 만들어 낸 흰 거품 속에서 태어난 여신이다.

비너스는 태생부터가 관능적이다. 아름다움의 찰라성을 상징하는 거품에서 태어난 그녀의 모습은 모든 미의 기준이 될 정도였다. 올림푸스 산의 모든 남신들은 그녀를 보고 한 눈에 반해 갖가지 선물을 갖다 바치며 구혼해왔다. 제우스는 그녀와 먼 친척이라 자신이 차지할 수 없어 심술궂게도 가장 못생긴 불카노스(헤파이스토스)에게 그녀를 주었다. 불카노스는 헤라의 아들이었지만 못생긴데다 절름발이로 태어나 비정한 어머니 헤라에 의해 세상으로 던져 버림을 받았고 바다의 님프에게 구출되어 키워졌다.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만드는 재주가 비상했다. 제우스에게는 번개를 만들어 바치고, 태양의 신 아폴로를 위해 이륜마차, 판도라의 열지 못하는 상자, 여행의 신 헤르메스에겐 날개달린 신발을 만들어 준, 불과 대장간의 신이 불카노스이다.

마르스는 용맹한 전쟁의 신으로 로마의 창시자 로물루스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데, 일설에는 비너스의 아들인 에로스 역시 그의 아들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그림 속에서의 마르스는 자신에게 훌륭한 갑옷과 투구를 만들어 준 불카노스에게 그녀의 아내의 사랑을 훔치는 만행을 저지르는 중이다.

어쨌든 비너스는 아름다움과 정욕을 관장하는 신으로 사랑의 영원함이나 고결함보다는 즉흥적인 쾌락이나 열정을 의미했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기대어 주도적으로 많은 혼외정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림 속 그녀는 외도의 현장을 들켰음에도 전혀 부끄럽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모습이다. 비너스의 외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전쟁의 신 마르스와 아도니스와의 외도로서 많은 화가들이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실제 신화의 내용은 이 그림과 달리 불의 수레를 몰고 매일 세계 곳곳을 도는 태양의 신 아폴로가 비너스와 마르스의 간통 현장을 보고는 질투를 느껴서, 여러 남신들을 데리고 대장간으로 달려가 불카노스에게 이를 일러바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불카노스는 거미줄보다 가늘고 질긴 그물을 만들어 침대위에 둘러 쳐 놓고는 비너스에게 일 때문에 장기간 대장간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속여 그녀로 하여금 마르스를 불러들이게 한다. 그물이 쳐 있는지도 모르고 침대에 든 두 신은 그물에 얽혀 꼼짝달싹 못하게 되고, 불카노스는 신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가 곤경에 처한 둘의 모습을 보게 해 망신을 준다는 것이 원래의 신화 내용이다.

신화의 내용과 달리 오히려 오쟁이를 진 남편인 불카노스를 비웃는 듯한 이 그림을 그린 틴토레토(1519~1594)는 16세기 중반에 베네치아에서 활약한, 르네상스의 마지막이자 바로크 시대를 여는 시기의 작가이다. 미술사에서는 이 시기를 마니에리스모 시대라고 부른다.

틴토레토는 그의 별명으로 ‘어린 염색공’이라는 뜻인데, 그의 아버지가 천을 염색하는 장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졌다. 그는 본명인 야코보 로부스티(Jacopo Robusti)보다 이 별명을 이름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틴토레토의 화풍은 미켈란제로의 소묘와 티치아노의 색채를 통합했다고 일컬어지며, 빨리 그리기로 유명했던 그의 그림은 해학적이며, 역동적이고, 거친데다 엷은 색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틴토레토는 에로틱한 암시와 도발적인 세부묘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화가이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서부터 아마 ‘간통’과 ‘외도’에 대한 역사도 시작이 되었을 거라 짐작된다. 예전에야 사랑보다는 중매나 소개를 통해 조건을 맞춰서 결혼한 사람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열렬히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도 왜 바람을 피우는 걸까?

문화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는 ‘사람들이 혼외정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로 정리했다. △결혼생활의 부족한 면을 메우려고 △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배우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원해서 △자신이 특별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고싶어서 △남자답거나, 여자답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단순히 섹스하고 싶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해서 △극적 상황,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등과 같은 이유로 혼외정사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배우자들이 자신의 짝을 속이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대략 44%의 남자들과 24%의 여자들이 결혼한 동안 적어도 한번은 외도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혼외관계를 가질 확률이 높지만, 이러한 성적 질문에 여자들은 반 정도로 자신의 경험을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거의 동수가 외도에 빠진 적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남자들은 호기심으로, 그저 섹스를 원해서 혼외정사를 하는 반면, 여자들은 사랑이라는 정서적인 교류를 원해서 외도에 빠진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남녀 할 것 없이 결혼생활에 부족한 점(충분하지 않은 섹스, 대화, 정서적인 이해 등) 때문에 외도를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가고 있다. 또 외도를 자주하는 사람의 성격적인 특성은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이나 어릴 적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한, 냉정한 보육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또 직업 등으로 인해 배우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결혼기간이 짧을수록 외도에 빠질 위험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끈질기게 명목을 유지하던 ‘간통죄’가 위헌 판정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가정을 지키고, 아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었던 간통죄가 사라짐으로써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간단하게 이야기해 ‘간통죄’는 결혼이라는 법 테두리 안에서의 가정을 지키는 법이었다. 가정과 조강지처의 수호신인 헤라여신이 아주 좋아 했을 법이다.

결혼은 그리고 사랑은 계속 먹을 것을 주어야 건강히 자라는 아기와 같으며, 관심 있는 손길을 주지 않으면 황폐해지는 정원과 같다. 또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성숙한 공간이다. 이제 신화 속의 두 정부를 옭아 맨 거미줄 그물 같은 ‘간통죄’가 사라졌다. 당신은 어떤 그물을 준비할 것인가?

 

 

글 : 배정원

(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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