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법 능한 사람, 남의 속마음도 잘 읽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학창시절 이 문장 속에 쓰인 수사법이 무엇인지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원관념 A는 보조관념 B라는 형태의 은유법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은유법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잘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친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용하는 은유법을 살펴보면 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예측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친한 사이일수록 은유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 평소 상대방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사용하는 은유법을 해석하는 능력 역시 탁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학의 안드레아 보우즈와 알버트 카츠 연구원에 따르면 은유법은 다른 사람의 심중을 읽는 능력과 연관이 있다. 은유적인 표현을 잘 이해하면 상대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를 잘 간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유법은 시적인 문구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가령 “너는 천사야”, “머리가 깡통이군”과 같이 활용된다. 이처럼 은유법이 쓰인 문장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직해로는 의미가 통하지 않고 단어에 담긴 속뜻을 알아야만 문장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마음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능력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특히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가 많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테스트 방법 중 하나는 ‘눈을 통해 마음을 읽는 법(RMET)’이다. 눈에 감정을 담은 흑백사진들을 보고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파악하는 실험이다.

연구팀은 39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은유법을 사용한 문장과 직역이 가능한 문장들을 읽도록 했다. 그리고 눈 사진이 담긴 사진들을 나열해 RMET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은유적인 표현을 잘 해석하는 사람들일수록 RMET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짧은 대화들을 들려주고 화자의 대인관계나 사회성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러자 실험참가자들은 대화 도중 은유가 섞인 문장을 사용한 화자를 그렇지 않은 화자보다 상대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이 가능한 문장보다는 은유를 사용한 문장이 사회적인 친밀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본 것이다.

보우즈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대화할 때와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할 때 말하는 방식이 왜 다른지를 설명한다”며 “또 은유는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학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독서를 통해 은유적인 표현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 상대의 기분을 식별해내는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억&인지저널(Journal Memory & Cognition)’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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