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고 마녀사냥… 나는 억울하다”

 

정은지의 식탁식톡 (7) / 우유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의 몸에 좋은 식품이 과연 있을까요? 그나마 저는 ‘완전, 안전’ 두 축에 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억울하고 속상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저는 우유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해명하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칼슘,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등 인체에 필요한 114가지 영양소가 함유돼 있어 ‘완전 식품’으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말쯤 이었던가요? 스웨덴 연구진이 발표한 여성 6만1천여명과 남성 4만5천여명을 11~20년간 장기 추적조사 한 연구결과가 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하루 3잔의 제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었죠. 이 소식은 TV며 라디오, SNS 등 각종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죠. 고단백질 식사 위주로 하는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과는 주식이 다르므로 한국인에게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오해는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저를 줄곧 찾았던 사람들은 마실지 말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 전에도 ‘우유가 특정질환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연구가 쏟아져 나왔고, 얼마나 많은 양을 마셔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에서 폭풍 논란에 휩싸이긴 처음인 것 같네요. 조금만 더 들여봐도 아니란 것을 알 텐데, 마녀사냥 하듯 저를 ‘이제부터 마시면 안될 식품’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섭섭한 맘 그지 없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논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저는 동물성 식품의 단백질을 품고 있지요. 이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칼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오히려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을 만큼 아직 확실한 증거 자료는 없습니다. ‘골절 위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더욱 무리입니다.

또한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IGF-1이라는 성장인자로 인해, 많이 마실 경우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또한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연구 결과는 아닙니다. 저로 인해 사람의 인체 내 IGF-1 농도가 상승하는 수준은 매우 미미합니다. 이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의 증가는 불명확하며 오히려 다른 연구에서는 암 예방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저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받아들일 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개 미국, 유럽 국가 등 우유 소비량이 높고 더불어 육류와 칼슘 섭취가 과도한 식습관을 가진 나라에서 이러한 결과가 많이 발표 되는데요. 여기에 이용된 수치들은 한국 식습관 실정과는 맞지 않는 것이 많고, 해당 국가들의 연구에서도 변수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질병과 관련하여 위험성을 높이느니 낮추느니 하는 것은 식품 ‘단독 범행’만으로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저를 무조건 많이 마시라고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은 맞든 안 맞든 과다 섭취로 인한 것이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저를 그다지 즐겨 마시지 않은 것 같네요.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은 75.3g(80㎖가량)으로, 하루 반 컵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라죠.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매일 우유 2잔, 성인과 노인의 경우 하루 우유 1~2잔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도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저 우유 섭취량을 하루 500㎖ (최대 두잔) 정도로 제한하고 있죠. 하루 두잔 양 500㎖면 칼로리 1일 요구량의 12.4%, 단백질 31.3%, 칼슘 75%, 인 62.5%, 필수 아미노산은 100%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어디서는 3잔이라는데 도대체 몇 잔이야?’ 하고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은 칼슘, 단백질 등의 영양소 섭취량과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유를 3잔이상 마시라는 것은 칼슘 섭취량을 기준했을 때입니다. 성인은 하루에 약 1000㎎의 칼슘을 섭취해야 하니 저를 8온스(약 240㎖)컵으로 3잔 양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죠. 칼슘이나 단백질 보충을 위해 3잔 마셔도 좋습니다. 몇 잔을 마시던 자신의 상태를 따르면 됩니다.

저 우유는요, 여러 부정적인 연구들이 나와 있는 중에도 아직까지는 안 마실 이유보다 마셔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식품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제 맛은 그때그때 달라요

같은 우유인데 맛이 다르다고 느낀 적 있나요? 제 맛은 원유의 성분 중 단백질과 지방은 함량 변화에 의해 맛도 달라집니다. 유지방은 고소한 맛을 주고 단백질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하죠. 여러 환경 요인들에 의해 단백질과 지방의 함유량이 달라지는데요. 여름에는 겨울보다 유지방과 우유단백질의 함량이 감소되어, 여름철 우유가 다소 싱거운 맛을 낸답니다. 또한 저를 냉장하여 차게 마시는 것이 담백하고 신선한 우유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실 때 그냥 삼키지 말고 입안에 머금고 굴리듯 천천히 넘기면 고소한 풍미를 더욱 느낄 수 있지요.

저 때문에 설사를 한다구요?

저는 본래 유산균의 정장 작용을 통해 장을 건강하게 해주는데, 우유만 마시면 소화불량으로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포유동물 젖에만 들어있는 탄수화물 유당을 소화 못 시키는 것이죠. 유당불내증입니다. 장 내 유당을 소화시키는 소화효소 락타아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유당이 소화 안 된 채 결장으로 내려가면 거기에 있던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됩니다. 이 때문에 가스가 차기도 하고 묽은 변이 되어 나오는 것이죠. 이럴 경우엔 저를 피해도 되고, 저유당제품이나 두유를 마시면 됩니다.

[그래픽=엄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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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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