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에… 건보공단 지사 36곳 신축 논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36곳에 지사 건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단은 본부사옥 원주 이전이 진행되는 올해만 6곳의 지사를 새롭게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부지 매입도 함께 진행돼 거액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단은 지난 2008년-2012년에도 31개소의 지사 및 출장소를 신축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1,296억원에 달한다.

공단은 “일부 지사의 경우 장례식장이나 유흥가 인근에 있어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단의 방만 경영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 사옥 신축을 밀어붙이기에는 궁색한 변명이다.

지사 건물 신축 안은 공단 내부에서 조차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공단 이사회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협소한 사무 공간이나 시설의 낙후, 주변 환경의 열악함을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공단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롭게 부지매입까지 해서 대대적으로 지사 건물을 신축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국내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들의 인력 감축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고 임금 동결이나 삭감이 다반사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건물 면적부터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이 불쑥 내놓은 건물 신축 안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더욱이 건보재정 문제의 심각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땅까지 사서 건물을 올리겠다는 공단의 발상에 어이없어 하는 국민들이 많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건보공단이 앞에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뒤로는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직원들의 암보험 등 민간 사보험비를 지원해 주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건보공단의 최근 5년간 임직원 사보험비용 지원액은 무려 78억원이나 된다”면서 과도한 직원복지와 예산 낭비 등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건보공단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옥 신축 건도 공단 내부 의견처럼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단은 국민들이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 시기에 굳이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겠다고 한다.

국민들이 지난 번 ‘연말정산 파동’ 때 왜 분노했는가. 쪼그라드는 봉급에 아이 분유 값까지 아껴야 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격한 신음 소리를 낸 것이다. 주위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국민들이 또 한번 분노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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