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을 투입하라!… 긴박한 몸속 세균전쟁

 

박용우의 착한세균 톺아보기(5)

유산균과 면역

우리는 책상 앞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느긋하게 컴퓨터를 보거나 책을 읽고 있지만 몸 속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몸 속 여기저기서 암세포가 생겨나 자라나고 있고, 장속에선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손등 상처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세균들은 빠르게 증식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때 순찰을 다니던 전문 수색대들이 갑자기 나타난 암세포나 곰팡이, 유해세균을 발견하면 곧바로 이들과 싸우면서 지원병력을 요청합니다. 몸속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면역 시스템입니다.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우리는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오염된 음식을 먹어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 가벼운 복통 정도로 끝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원에 입원해서 링거액을 맞아야 할 정도로 설사 증상이 심한 사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면역력의 차이입니다.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면역세포의 70~80%가 장 주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사람 몸을 두루마리 휴지에 비유했었지요. 가운데 휴지심이 소화기관에 해당한다고 했고 소화기관은 ‘몸 속에 있으면서도 몸속이라 할 수 없는’ 애매한 장기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지만 그 속에는 세균이나 유해물질도 섞여있습니다. 이를 몸속으로 받아들여도 될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장기가 바로 장입니다. 따라서 장 주변에는 병원균 등의 침입을 막기위한 강력한 면역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장을 쭉 펼쳐놓으면 테니스코트만한 크기가 됩니다. 이 장세포 점막에는 장내세균들이 마치 꽃밭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듯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내세균총 혹은 세균 플로라(bacterial flora)라고 부릅니다. 장점막에는 대부분 착한 세균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균이 장내로 들어오면 착한 세균들과 장점막에 붙으려는 자리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유해균이 성공적으로 장점막에 부착되어 증식하면 “감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유해균은 장세포를 손상시켜 침입하기도 하고 독소를 만들어 치밀하게 붙어있는 장세포벽을 느슨하게 만들어 침입하기도 합니다.

장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철저하게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면역세포들은 장점막에 부착해서 살고 있는 장내세균들과 친구처럼 지냅니다. 착한 장내세균들은 장점막에 머물러 살고 있을 뿐 장세포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는 장상피세포 틈으로 손을 내밀 듯 길게 돌기를 내어 장내 환경을 모니터하고 착한 세균들과 정보를 교류합니다.

유해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신속히 감지하여 면역세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NK cell)를 먼저 출동시키고 면역세포에서 면역글로블린 A 생성을 증가시켜 시간을 벌면서 항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장내 착한세균들도 가만있지 않지요. 미리 선점한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쟁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경쟁적으로 소모하여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가 하면 박테리오신 같은 항균물질을 생산하여 유해균 증식을 막습니다.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젖산은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유해균이 살 수 없게 만듭니다. 장상피세포는 뮤신이라는 젤같은 물질을 만들어내어 유해균이 장벽에 붙지 못하게 보호막을 형성하는데 장내 유익균은 뮤신을 생성하도록 자극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듯 착한 장내세균들은 자신이 살아갈 장소와 먹이를 제공해주는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유해균을 억제하여 공존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세포가 과잉반응을 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비염 같은 질병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장내세균총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출생할 때 엄마의 산도에서 처음 균들을 만납니다. 여성의 질에 살고 있는 유산균들과 자연스런 첫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갓태어난 아기의 위에는 산이 형성되어있지 않아 유산균들은 소장과 대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합니다. 여기에 모유를 통해 비피더스균의 먹이가 되는 모유올리고당(프리바이오틱스)을 충분히 공급받습니다. 또한 모유에는 유해균이 장벽에 달라붙지 못하게 면역글로불린A가 충분히 들어있습니다. 약 세 살 정도면 장내세균의 구성이 형성되는데 첫 3개월 내 들어온 균이 평생을 같이 할 장내세균총을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로 출생하는 아기들이 많습니다. 분만과정에서 유산균 샤워를 하지 못해 착한 세균들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임신 중 엄마가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엄마의 질내 세균 분포가 달라질 수 있고 제왕절개 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아기에게 유익한 균을 물려주는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게다가 장내세균총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항생제를 복용하는 아기들도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에서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많이 발생합니다. 면역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과잉반응하여 생기는 알레르기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이 장내세균총의 정상적인 균형을 만들지 못해 생겼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항생제는 병원에서만 처방받는 것이 아닙니다. 육류나 일부 양식 어류를 통해서도 우리 몸에 들어옵니다. 여기에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보존제나 합성화학물질도 착한세균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곰팡이의 증식을 자극하는 설탕 섭취의 증가,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 등 잘못된 식습관도 착한 세균의 숫자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부에서 용병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겁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얘깁니다. 하지만 이 용병이 들어온다고 뒤죽박죽된 장내 환경이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물론 어떤 용병들이 들어오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용병들이 빠릿빠릿해서 내산성이 강하고 장세포 부착력도 뛰어나야 합니다. 10억 이상 충분한 양이 장까지 무사히 살아 들어가야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들도 균종이 다양하고 서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에 더 도움이 되는 놈, 유해균 퇴치에 더 도움이 되는 놈, 신진대사 개선에 더 도움이 되는 놈 등 다양한 종류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 용병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장내세균의 분포를 완전히 뒤바꿔놓진 못합니다. 이미 자리잡고 있는 착한세균들을 도와주다가 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끊으면 다시 원래부터 있던 장내세균들이 일을 맡아서 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가지 제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두 달 간격으로 다른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제품을 복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올 겨울, 독감에 걸렸거나 감기를 달고 지냈다면 내 몸의 면역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손쉽게 용병을 찾기 전에 장내 착한세균들이 면역세포들과 공생하면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내가 만들어주고 있었는지 먼저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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