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 키스보다 황홀한 나… 10시에 만나요”

 

정은지의 식탁식톡 (6) / 커피

커피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을 두고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는 “시대의 흐름을 바꾼 상서로운 혁명이며, 새로운 관습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기질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말마따나 ‘상서로운 혁명’이자 ‘위대한 사건’의 중심이라고 저를 소개한다면 너무 거창한가요?

오늘 제 이야기가 나간다고 해서 멋지게 준비한 멘트인데, 너무 허세부리는 것 같아서 사실만 갖고 이렇게 바꿀게요. 저는 지구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가장 많이 교역되는 식품! 사람들이 주식보다 많이 찾는다는 그 식품! 커피입니다.

사실 저에 관한 명언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마스카텔 포도주보다 달콤하다’며 저를 극찬해마지 않았던 요한 세바스찬 바하는 절 위해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작가 탈레랑은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고 한 편에 광고 카피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살짝 ‘커피콩 오그라들 만도 한’ 이런 표현들은 모두 저를 사랑했기 때문에 나왔겠죠?

그럼에도 저를 두고 몸에 좋네 안 좋네 말들이 참 많습니다. 수많은 의학자들도 결과를 번복합니다. 어떨 때 좋다가도 하루가 지나면 뭐에 안 좋다느니 발표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주식보다 즐겨 마시면서도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눈치입니다.

단언컨대, 저 자체만으로는 건강식품입니다. 제 안에 항산화 물질이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여 결장암, 간암, 설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커피를 하루 3~5잔 마실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보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죠. 커피 속의 여러 화학물질이 포도당 대사 작용을 개선하며 특히 체내 포도당 흡수를 낮추는 클로로제닉산의 수치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폴리페놀 성분은 피부 노화를 예방해주죠, 카페인은 진통제의 효과를 높여주죠. 저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결과는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가 제가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심장 질환이 없는 성인 2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루 커피 섭취량과 관상동맥이 굳어지는 석회화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커피 3~5잔 미만을 마시는 사람들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조기 관상동맥 질환 비율이 20% 낮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항산화 물질들이 심장병이나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의 산화 감소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효과는 설탕과 프림이 포함되지 않은 블랙커피일 때를 말합니다. 블랙커피의 열량은 5 kcal 미만으로 칼로리가 낮습니다. 크림과 설탕이 들어 있는 믹스커피의 경우 한잔의 열량이 50~70 kcal로 블랙커피의 10배가 넘죠. 따라서 제 논란의 핵심은 ‘어떤 커피를 얼마나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첨가물이 없는 커피라 할지라도 카페인의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카페인은 과하게 섭취하게 되면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노인의 경우엔 이뇨작용으로 탈수증상 및 변비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증상을 더욱 악화 시킬 수도 있구요.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 일일 섭취기준량을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카페인 함유된 식품을 대표적으로 저로 꼽고 있어서 카페인 섭취량을 커피 섭취량으로 헷갈려 하는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카페인은 저 말고도 녹차, 콜라, 초콜릿 등 다른 식품에서도 찾을 수 있으니, 카페인으로 인한 불안감, 메스꺼움, 수면 장애 등의 피해를 제 탓으로만 돌리진 말아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제 안에 좋은 물질들만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벤젠, 스타이렌,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이 유해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이들은 없다 할 만큼 소량이고, 휘발성이라 끓일 때 증발됩니다. 겁먹지 마세요. 진짜 이들로 인해서는 사람들의 인체에 아무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설탕과 크림이 들어가는 첨가물 커피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식후 땡’으로 자주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에는 열량 55kcal 정도, 포화지방 1.5g이 함유돼 있습니다. 만약 하루 2잔 이상의 믹스커피를 마신다면 체증 증가나, 심혈관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또한 커피전문점 커피도 3잔 이상 마시면 1일 권장 섭취량을 초과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커피전문점 커피에 카페인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의 떨떠름한 맛과 카페인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입 대신 코로 커피를 마셔보세요. 제 은은한 향이 뇌를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답니다.

이 때가 좋습니다

하루 중 저를 만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9시 30분에서 11시 반 사이입니다. 평균 10시 반을 전후로 저를 마시면 카페인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완화시켜 기분을 개운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잠자고 일어나자 마자 마시는 모닝커피는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눈뜨자마자 모닝커피는 체내 아드레날린의 활동을 둔화시켜, 코르티솔의 수치를 높이는 반면 성욕에 관여하는 DHEA의 수치를 낮추기도 합니다.

이건 몰랐지요?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커피, 긴꼬리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온 ‘루왁커피’를 떠올리죠? 하지만 루왁커피보다 더 비싼 것이 있습니다. 이번엔 코끼리의 배설물! 베트남에서 전문 사육사가 기르는 코끼리를 통해 이 커피원두가 만들어졌습니다. 코끼리 배설물에서 원두를 생산하고 이후 로스팅까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 무려 1kg당 112.6달러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왜 굳이 동물의 소화기관을 통해 배설물로 나온 저를 비싸게 취급하는지 모를 일이네요. [그래픽 = 엄민주]

식탁식톡 이전 기사 보기

☞ (5) 단내 퐁퐁… 술꾼에도 인기, 주근깨 아가씨

☞ (4) 달콤, 쌉쌀… 오늘 그대 연인에 나를 보내세요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