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주범은 중국 아닌 국내 산업

 

봄철 황사로 대기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하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그렇다면 중국발 황사처럼 초미세먼지도 모두 중국 탓일까. 실제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자동차와 공장 매연, 석탄발전소 굴뚝 등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매년 최대 1천6백명이 조기사망하고, 정부가 오는 2021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모두 증설하면 조기사망자 수는 연간 최대 2천8백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미세먼지에 관한 새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조기사망자 수는 미국 하버드대 대기화학 환경공학과 다니엘 제이콥 교수 연구진의 대기화학 연구모델을 통해 산출됐다. 건강영향평가에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미세먼지의 건강위험성 정량적 평가’ 방법과 ‘세계질병부담연구’의 모델링이 쓰였다.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59%는 석탄이다. 이 중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1차 초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4%를 차지하지만, 질산화물과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2차 초미세먼지를 더하면 석탄발전소의 유해성은 더욱 커진다. 그린피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했을 때 석탄발전소의 일반수명을 40년으로 보면 새 석탄발전소로 인해 총 3만2천여명이 추가로 조기사망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그린피스에서 10년 동안 석탄 줄이기 캠페인을 해온 라우리 뮐뤼비르따 글로벌 선임 캠페이너는 “초미세먼지는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등으로 석탄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다. 유럽의 경우 10년 내 석탄발전소의 최대 1/3이 폐쇄될 예정이다. 석탄발전량이 세계 1, 2위인 중국과 미국도 신규 석탄발전소를 금지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두 나라는 석탄발전 감소량을 에너지 효율성 증대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대체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석탄발전량을 지금보다 배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53기(26,273MW)의 석탄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11기(9,764MW)가 건설 중이고, 정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1년까지 13기(12,180MW)가 추가로 증설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소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할뿐더러 전 세계에서 환경비용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산업으로 평가돼 수익성 또한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전 세계가 낡은 화석연료인 석탄 사용을 줄여가는 지금, 석탄발전소 때문에 조기사망자가 늘어나는 한국의 상황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며 “한국은 전 국토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독일보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만큼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오염 현황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5.2㎛/㎥로, 뉴욕13.9㎛/㎥, 런던16㎛/㎥, 파리15㎛/㎥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월등히 높았다. WHO 권고기준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초미세먼지 농도 규제 기준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연평균 25㎛/㎥로, WHO 권고기준인 10㎛/㎥보다 느슨하다. 미국은 12㎛/㎥, 일본은 5㎛/㎥, 중국은 15㎛/㎥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약한 규제 때문에 시민들은 대기질이 나빠도 그 심각성을 접하기 쉽지 않다”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국제기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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