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걸린 그림이 왜 더 대단해보일까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술관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오는 일이 허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제된 그림보다는 미술관에서 보는 실제그림에 좀 더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사람의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행동심리학(Acta Psychologia)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은 달력에 실려 있는 복제그림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는 그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심리가 나타나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박물관 관람과 복제그림을 감상하도록 한 뒤 그들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연구팀은 학생 13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 비엔나 박물관에 전시된 미인대회 관련 전시물 25점을 감상하도록 했다. 전시작품에는 그림, 사진, 콜라주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일주일 뒤에는 같은 작품을 컴퓨터 스크린 화면으로 보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순서를 바꿔서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먼저 작품들을 보도록 하고, 일주일 뒤 박물관에서 동일한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 마지막 그룹은 두 번다 박물관에 가지 않은 채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가상의 전시회를 보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디지털로 복제된 그림보다 박물관에서 실제로 작품을 접했을 때 훨씬 더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대체로 박물관에 걸린 그림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심지어 생생한 현장 체험이 정확한 기억력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전시회 공간에 놓인 작품의 물리적 배치가 연상기호처럼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박물관에서 본 작품 하나를 기억해낸 다음에는 곧바로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작품을 기억해내는 능력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박물관에서 직접 작품을 보는 것이 좀 더 흥미로운 경험으로 남는 것일까. 이는 상황인지와 연관이 있다. 상황인지란 인지적 활동이 상황과 분리되지 않고 상황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즉 박물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있는 상황이 그림을 감상하는 인지적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이는 예술 감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동일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선행 연구를 반박하는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음악과 같은 또 다른 예술 장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 선행연구에 따르면 음식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다. 와인을 마시기 전 와인의 가격을 알려줄 때와 알려주지 않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맛의 차이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와인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면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예술이든 음식이든 온전히 그 자체에 집중해 가치를 둔다기보다 주변의 상황과 조건에 맞춰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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