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예쁜 건 내 주관적 판단? 정말 그럴까?

 

동일한 성별의 친구들끼리 모여 하는 대화의 주된 주제 중 하나는 이성이다. 함께 알고 있는 이성 중 누가 가장 예쁜지 혹은 잘생겼는지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럴 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주관적으로 ‘미’를 평가할 수 있을까.

개인마다 외모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 따라서 외모에 대한 점수를 매길 때는 자신의 주관이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존슨홉킨대학교와 싱가포르국립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외모를 평가할 때 사실상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많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이 외모를 평가하는 온라인사이트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경향성을 분석한 결과다.

실험참가자들은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외모 점수를 매긴 뒤 종종 다른 사람들은 어떤 점수를 줬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점수를 확인한 다음부터는 점점 다른 사람들의 평균 점수와 유사한 점수를 매기는 경향을 보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매긴 점수와 다른 사람의 점수 사이에 폭이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미에 대한 표준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심지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미의 표준을 받아들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꼭 사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자동차라든가 집처럼 사물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했을 때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정박효과’와 연관이 있다. 정박효과는 배가 정박을 하고 머물러있듯 고정된 사고가 형성되면 새로운 정보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행동적 특성이다. 즉 다른 사람들이 매긴 점수를 보게 되면 편견이 생겨 자신의 사고가 그 안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이 주관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집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세뇌된 결과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만약 “태국에는 2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한다, 실제 인구수는 몇 명일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와 “태국에는 5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한다. 실제 인구수는 몇 명일까”라고 질문했을 때 사람들의 답변은 달라질까. 평균적으로 두 번째 질문에서 인구수를 더 많게 답할 확률이 높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개인의 생각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사이 다양한 영향을 받게 된다. 어릴 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아이돌이 한 송이 꽃보다 한 다발의 꽃이 아름다워 보이는 꽃다발효과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배신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상업적인 전략에 넘어간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소비자연구발달(Advances in Consumer Research)저널’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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