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흑자? 정부-시민단체 엇갈린 시선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구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급여비 증가율을 낮춘 결과라며 공치사한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 축소를 위한 꼼수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4조5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따르면 누적 적립금이 12조8천억원에 이른다. 미청구된 진료비를 고려해도 적립금 규모는 7조6천억원이다.

총 수입은 전년과 비교해 7.4%인 3조3천억원이 늘었다. 직장가입자 수와 기준 소득인 보수월액의 증가 등으로 보험료 수입이 늘었고, 적립금이 쌓이면서 이자수입도 급증했다.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지난 2011년 1조5천억원에서 2013년 8조2천억원으로 증가세다.

총 지출은 전년대비 5.7%인 2조3천억원이 증가했지만, 지출된 급여비 증가율은 크게 둔화됐다. 2005-2011년까지 연평균 12%에 이르던 급여비 증가율은 최근 3년간 5.5%로 떨어졌다.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입원도 줄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행태의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환경요인 개선, 건강한 고령화 등을 급여비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높아진 건강검진 수검률로 인한 성인병 관리,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암 발생 감소, 대기오염 개선, 장기요양보험의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정책적으로도 진료비 이중청구 의심기관 등에 대한 현지 조사와 의료비 및 약제비 지출 적정관리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다”며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적정수준의 준비금을 적립하는 한편, 4대 중증질환 및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와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흑자와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암 등 4대 중증질환자의 보장률은 증가세지만, 전체 보장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009년 65%에서 2013년 말 현재 62.5%로 떨어졌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도 미진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07-2013년) 미지원액 규모가 8조4천억원에 이른다. 건강보험법상 정부는 매년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14%는 일반회계, 6%는 담뱃세에서 충당된다.

이 규정은 의약분업 당시 수가인상으로 재정이 바닥나자 재정건전화의 일환으로 만들어져 오는 2016년 말에 만료되는 특별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족하게 지원해왔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 흑자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흑자 적립은 국고지원금 축소를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에 적립금을 쓰겠다고 밝혔는데, 고작 1년에 1조3천억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았다”며 “언급한 보장성 강화안을 모두 실행해도 누적 흑자 금액인 12조8천억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환자의 21.7%는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36.8%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최근 4년간 건강보험료를 남겨 저축하는 것은 의도적”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 2016년 말에 만료되기 때문에 법안 연장뿐 아니라 기존의 14% 국고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데 정부가 현재의 흑자 기조를 핑계로 지원금을 축소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재정흑자를 누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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