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들 신사업 손댔다 잇단 실패…. 왜?

 

배지수의 병원 경영

수년 전 개인병원마다 돌아다니며 대기실에 TV 를 무료로 설치해주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개인병원 입장에서는 고객 대기실에 TV 를 무료로 설치해 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사업주는 TV 에 광고 콘텐트를 넣으면서 광고주로부터 수입을 올리는 사업 구조였습니다. 이 사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분이 있었습니다. 사업 확장을 고민하다 비슷한 구조로 미장원에 진출했습니다. 병원을 상대로 하듯이 미장원에 TV 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광고 콘텐트를 유치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병원에서 성공한 모델을 미장원으로 확장해서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필자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 봅니다.

기업체들이 신사업 영역을 찾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시너지 잠재력’입니다. 사업 기회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기존에 내가 해 온 사업과 시너지가 난다던가, 기존에 했던 사업을 통해 구축한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야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음식점을 운영하여 성공했다고 칩시다. 그래서 다른 신사업에 투자할 곳 없을까 사업기회를 찾습니다. 그러다가 게임 사업이 수익이 좋다고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립니다.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무작정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산업이 돈을 많이 버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고 한다면 그에 합당한 경쟁과 진입장벽, 그리고 사업 노하우가 있게 마련입니다. 신사업을 찾을 때는 기존 사업을 영위하면서 구축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역량을 새로운 사업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시너지를 찾을 때 상품 시너지와 고객 시너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 1] 에서 기존의 왼쪽 하단부는 기존에 하고 있던 비즈니스, 즉 현재의 비즈니스 영역입니다.

여기에서 신사업으로 확장을 할 때 다음 세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1. 기존의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을 파는 방향 (좌측 상부)

2. 새로운 고객에게 기존의 상품을 파는 방향 (우측 하부)

3. 새로운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을 파는 방향 (우측 상부)

글 초반부에 소개한 ‘병원에 TV 를 설치하는 사업’에서 ‘미장원에 TV 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진출한 사례는 신사업 진출 방향 중 두 번째인 새로운 고객에게 기존의 상품을 파는 방향으로 진출한 것입니다.

과거 대량생산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자동차 회사 포드사는 20초마다 자동차 한대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대량생산 시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였습니다. 고객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검정색 똑같은 모양의 차를 찍어내기만 하면, 고객은 할당 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했습니다. 상품을 만들어 내면 그것을 살 고객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이 때는 기존의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도 고객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고객들은 점점 까다로워졌습니다. 반면 제품 생산은 점점 쉬워졌습니다. 아이폰 혁명 이후로 현대 사회는 상상력을 펼쳐서 새로운 기능이 담긴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줄 기술은 무궁무진한 사회입니다.

대신 기업들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군집 분석과 같은 통계 처리를 통해서 니즈가 서로 다른 고객군을 분리해 내고, 각 고객군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CRM 기법이 나오면서 고객군이 아니라 고객 개인 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고객 하나 하나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고객 확보를 위한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제품 생산이 어려운 과제였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고객에게 기존의 상품을 파는 것보다, 기존의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을 파는 것이 훨씬 쉬운 시대입니다.

앞 전 사례의 주인공은 죽을 힘을 다해서 확보해 둔 의사들의 네트워크를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고객인 미장원에 진출했습니다. 미장원에 기존의 TV 광고를 팔기 보다는 열심히 확보해 둔 의사 네트워크에 또 다른 무슨 상품 팔 것 없을까 고민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꼭 고객 시너지가 상품 시너지보다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객 시너지이건 상품 시너지이건, 신사업을 생각할 때 기존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공적으로 개원을 한 의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다 큰 손해를 보는 것을 많이 목격합니다. 이들의 새로운 사업은 듣기에는 그럴듯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고객들,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활용할만한 방향이 없는지 먼저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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