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내 아이, 칭찬거리 없으면 ‘아부’라도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3)

정신과 의사이자 학습 클리닉을 운영하는 필자는 최근 EBS 60분 부모 프로그램에 패널로 방송출연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방송을 끝내고 나오는데, PD 선생님이 저에게 칭찬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그 동안 양육 관련 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엄마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선생님은 좀 다른 것 같다. 엄마가 잘 못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생양이라는 메시지로 엄마들의 편에 서서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그 이후 저는 방송을 준비하면서 계속해서 어머니들의 편에 서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PD 선생님 한마디가 나이가 40이 넘은 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인 저도 마찬가지로 인간은 참 단순하게도 칭찬에 약한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칭찬은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행동은 당근과 채찍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좋은 면을 찾아내어서 칭찬을 해 주고, 나쁜 면을 찾아서 질책을 할 때 점차 좋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칭찬은 부작용이 별로 없는데 질책은 듣는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가능한 한 칭찬만을 통해서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바람직할 듯 합니다.

아이들을 칭찬을 하는 요령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공의 시절 교수님과 술자리를 가지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같이 술을 마시면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많습니다. 어떨 때는 지루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루한 척 하지 않고, 교수님의 이야기 중 아부를 하면 좋겠다는 부분을 찾아서 아부를 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곤 했었습니다. 교수님에게 아부를 했다고 해서 필자가 아부를 잘하는 약삭빠른 사람이라고 오해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학생은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고, 부하직원은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야지, 선생님에게 찍히건 말건 아무 상관 안 하는 학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필자는 착한 학생이라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아부를 할 때 너무 자주 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에서 아부를 하면 듣는 교수님도 민망하고, 아부를 한 저도 낯뜨겁습니다. 옆에서 듣는 동료들도 당황해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부를 할 때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교수님이 진짜 잘 하시는 부분을 찾아내고 칭찬다운 아부를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열심히 들어야 했습니다.

또 제가 생각할 때는 대단한 일이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별게 아닌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짚어서 아부를 하다 보면, 교수님이 ‘이 녀석 아부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했었습니다. 진짜 교수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진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진짜 교수님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자신의 능력 부분, 그리고 저도 동감하는 부분을 찾아서 아부를 하곤 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밖에서는 좋은 사람, 너그러운 사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사려 깊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에게는 기분 내키는 대로 쉽게 얘기하곤 합니다. 아마도 집에서는 내가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었던 스트레스를 풀고, 긴장을 풀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우리의 태도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칭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칭찬을 할 때 제가 교수님께 아부했던 방식을 채택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냥 칭찬을 마구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칭찬할 구석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른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눈높이에서 보면 아이들은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에 안차게 되는 것이지요.

술자리에서 교수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열심히 들으면서 아부 할 만한 순간을 열심히 찾으려고 노력했듯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면서 칭찬할 거리가 없을까 언제 칭찬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대충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저도 동감하는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칭찬할 거리를 못 찾겠다면, 아부를 한다고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절로 눈높이가 아이의 수준에 맞춰져서 칭찬할 거리가 보이게 될 것입니다.

※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 이전 시리즈 보기

(1) 우리 두 아이는 어떻게 반장이 됐나

(2) ‘우리 아들 똑똑해’ 이 말에 담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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