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은 정상인데… 실명 부르는 한국인 눈병

 

정기검진과 함께 금연, 절주해야

동양인과 서양인은 신체적 특징의 차이만큼이나 쉽게 발병하는 질환도 다르다. 그중에서도 눈은 같은 질환이라도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시야의 주변부부터 점차 시력을 상실해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과 시신경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이 눌리면서 손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높은 안압으로 인한 녹내장 환자가 많은 서양과 달리 동양인들의 경우에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 환자가 많은 편이다. 한국녹내장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한국인 녹내장 환자 중 약 77%가 안압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GS안과 김무연 원장은 “동양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 문제가 아닌 시신경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거나 시신경이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로 보고 있다”며 “특히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환자,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에는 안구가 점차 앞뒤로 길게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이 과정에서 안구 끝부분의 시신경을 압박해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시신경으로 이어지는 미세혈관에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 영양 부족으로 인한 손상이 있을 수 있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고 또한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여러운 일이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1년에 한 번씩은 안저 촬영과 시야검사 등 정기검진을 꼭 받으라고 권유한다.

정상안압녹내장과 함께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한국인에게 많은 안질환이다.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망막과 눈의 흰자위에 해당하는 부분인 공막 사이에 있는 맥락막의 혈관 끝이 전구 모양으로 변하면서 물이나 피가 새는 질환이다. 출혈 자체에서 오는 이상보다 이때 일어난 출혈이 황반부로 흘러들면서 황반변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황반변성 중에서도 출혈이나 부종, 망막하액 등 병적 소견이 없는 건성황반변성과 달리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혈액과 삼출물 등이 황반을 적시면서 시세포를 손상시키고 출혈 후 황반 주변에 딱지처럼 앉아 시력 저하와 실명으로 이어지는 습성황반변성을 일으킨다.

한국인 황반변성 환자의 30% 가량이 결절맥락막혈관병증으로 인한 습성황반변성이다.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기 때문에 바둑판이나 한옥창틀 같은 격자무늬가 중심부부터 휘어져 보이다가 흑점이 발생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위가 생기는 등의 황반변성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건성황반변성의 경우에는 현재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도 시력 저하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평생을 노안으로 오인하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결절맥락막혈관병증 등 출혈로 인한 습성황반변성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실명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기검진과 함께 루테인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흡연, 음주 등 일상 생활습관을 개선해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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