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이 리베이트에 의존한 이유

 

배지수의 병원 경영

2010년 11월 어느 날 북한군이 쏜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군은 용감하게 대응 사격을 했습니다. 상황이 윗 선에 보고되었습니다. 이를 전달받은 청와대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단호한 대응을 하되, 확전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

이 말이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이 사건에 대해 훗날 잘했다 못했다 많은 평이 있었습니다. 혹자는 확전 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시 때문에 북한을 더 확실하게 응징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필자는 이런 일에 대해서 평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쩜 그리 똑똑할까 신기합니다. 제가 청와대에 있는 최고의사결정자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을 해 보니, 비슷하게 얘기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인 듯 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가는가 봅니다.

혹자는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연평도에 있는 대대장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공격에 대해서 그만큼만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더 세게 공격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또한 정말 어려운 의사결정인 듯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는 의사결정을 대대장이 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로마군의 전쟁 모습입니다. 그림1에서 보듯이 로마군은 백명 단위로 이루어진 백인대 (Centrio), 6개의 백인대로 이루어진 대대 (Cohort), 10개의 대대로 이루어진 군단 (Legion) 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백인대장 (백부장)은 백인대의 무리 속에 위치했을 것이고, 대대장은 6개의 백인대 뒤에서 지휘했을 것입니다. 군단장은 제일 뒤에서 전장 전체를 지휘했겠지요.

맨 앞에 서 있는 병사들이 적과 대치한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곧 적이 공격을 해 옵니다. 백인대장은 뒤로 전달해서 대대장에게 상황을 보고합니다. 그리고 대대장은 뒤로 전달해서 군단장에게 상황을 보고합니다. 군단장은 ‘공격 개시’를 외치고 그 명령은 다시 대대장을 통해서 백인대장에게 하달됩니다. 보고라인이 올라가고 다시 명령라인이 내려오는 동안 맨 앞의 병사들은 제대로 공격도 못해보고 죽게 될 것입니다. 멍청한 상황입니다. 당시 세계 최상의 로마군이 이렇게 멍청한 시스템을 운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전장의 상황은 전장 1미터 앞 병사가 제일 잘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연평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했는지 군사학에 문외한인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종종 의사결정의 권한을 고객과 대면하는 곳에 위치시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경우 기존에는 일반 영업사원이 의사들을 방문하여 만나곤 했습니다. 기존에 영업사원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세일즈맨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영업사원들에게 약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키지만, 제 아무리 교육을 시켜봐도 영업사원들이 의사만큼 약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고객인 의사보다 상품에 대해 지식이 짧은 상황이니, 상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 전달 보다는 리베이트 같은데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점차적으로 제약회사가 의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Medical Adviser 라는 직책을 주고, 고객 의사들을 만나게 하고 있습니다. 직위는 Medical Adviser 라고 하지만 사실상 영업사원의 업무를 의사들이 대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객의 질문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보다 수준 높게 대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콜센터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기존에 콜센터는 고객이 먼저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고, 콜센터는 그 문의에 대처하는 수동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최근 콜센터는 적극적인 영업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전화를 먼저 하지 않아도 콜센터에서 직접 고객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보험 상품, 대출 상품 등을 권유합니다. 콜센터에 단순 전화 받는 직원이 아니라, 보험 전문가, 대출 전문가들이 배치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와서 “대출 안 필요하시냐?” 물어보는 금융기관의 전화들은 이런 움직임 때문입니다. 이런 전화에 누가 넘어갈까 싶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돈에 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저 역시 직원들 월급 못 줄까봐 전전긍긍할 때 이런 전화를 받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안 한다고 해서 모든 고객이 다 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고객에는 정말 다양한 부류가 있습니다. 은행들은 이런 시스템 도입으로 수익을 많이 올린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심하자 최근 정부에서는 규제를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착한병원 기사에서 한 병원은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수간호사급이 앉아있다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포데스크에는 보통 병원 전반적인 안내를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수간호사급이 앉아있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고객이 인포데스크에 문의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정형외과 어디로 가면 되냐?”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병원은 수간호사 급의 수준 높은 의료전문가가 인포데스크에 앉아있었습니다. 착해서가 아닙니다. 고객의 니즈를 최전선에서 직접 응대하겠다는 철학이 담겨있는 경영 의사결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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