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이식 받고 대머리….의료계 황당뉴스 10

 

가는 해에 다사다난함을 묶어 떠나보내면 후련할 것 같지만, 늘 곱씹기 마련이다. 보건의료계도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슈로 들끓고,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국민건강을 위한 갑론을박 속에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황당했던 일들도 적지 않았다. 병원과 제약사 등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올 한 해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황당 뉴스 10가지를 선정했다.

1. 고 신해철 사망 의료사고 논란

지난 10월 말, 독보적인 음악성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고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의료계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고인의 직접적인 사인을 놓고 유족과 수술을 집도한 S병원이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사건은 의료사고에서 이른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심낭과 소장에 생긴 천공을 두고서도 대립이 계속됐다. 경찰은 의료사고 여부에 대한 감정을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맡기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고인이 받았던 비만수술인 위밴드 수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이 사건을 계기로 높아졌다.

2. 의사의 월세까지 대납… 동화약품의 사상 최대 리베이트

1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화약품이 저지른 사상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에 국민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50억원대에 이르는 뒷돈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명품, 월세대납 등 다양한 수법으로 의사들에게 전달됐다. 2010년 11월 쌍벌제 시행 뒤에도 버젓이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무엇보다 제약업계가 올해 윤리경영을 대대적으로 선포한 가운데 사건이 적발돼 국민적 실망감이 컸다. 동화약품도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하며 윤리경영에 동참해 이 사건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3. 이대목동병원의 뒤바뀐 엑스레이

왼쪽 코가 아픈데 오른쪽 코를 치료하는 대학병원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대목동병원이 무려 넉 달간 축농증 환자 570여명의 엑스레이 사진 좌우를 뒤바꿔 진료한 사실이 지난 6월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한쪽 코만 아픈 환자는 이 중 123명에 이르렀다. 가슴과 달리 코 엑스레이 촬영은 좌우 구분을 꼭 해줘야 하는데 방사선사가 이를 빼놓은 것이다. 해당병원은 대부분의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고 수술을 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이라는 비난을 샀다.

4. 응급실 어린이 환자 음주 봉합수술

지난 11월 인천의 모 병원에서 술에 취한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가 응급실을 찾은 세 살배기 남자아이의 턱을 엉망으로 봉합한 사실이 밝혀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더욱이 술을 마시고 수술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나타나 황당함을 더했다. 병원 측은 해당 전공의를 내보내고 성형외과 과장과 응급의료센터 소장 등 관련자 10여명을 보직 해임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국내 수련시스템과 응급의료인력 관리의 문제점만 여실히 드러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5. 수술 중 생일 파티한 정신 나간 성형외과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는 성형외과에서 12월 세밑에 황당함의 정점을 찍었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수술 중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혀를 차게 만들었다. 수술부위를 노출한 환자가 누워있는 옆에서 음식을 먹고 가슴 보형물로 장난치는 모습도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강남구보건소에 해당 병원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는 등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내부 윤리위원회에 상정한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에도 별도의 징계를 요청했다.

6. 성형외과의 ‘엽기적 홍보’… ‘턱뼈탑’ 전시

서울 강남 사각턱 수술전문 성형외과에 환자들의 실제 턱뼈를 모아 기둥 형태의 유리관에 전시한 ‘턱뼈탑’이 전시됐다. 강남구 측이 병원을 찾아가 확인해 보니 투명한 유리관에 환자로부터 잘라낸 갈색 턱뼈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병원 측은 홈페이지에 턱뼈탑 사진을 올려두고 “우리 병원에서는 수술 후 절제한 뼈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직접 보여드립니다”라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다. 수술 환자가 많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 턱뼈까지 동원한 것이다. 강남구는 인체의 일부인 턱뼈를 전시홍보용으로 쓴 해당 병원이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고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7. 모발이식 받고 오히려 대머리된 20대 여성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가 염증이 생겨 오히려 대머리가 될 상황에 처한 20대 여성에게 병원 측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조휴옥)는 11월 A(25ㆍ여)씨가 B성형외과 의사 2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12년 2월 B성형외과에서 머리 부위 피부를 일부 절개해 모발을 분리한 다음 머리카락이 없는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A 씨는 수술 뒤 염증 등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새로 나지 않아 결국 거의 대머리가 될 처지가 됐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A 씨의 상태를 고려해 절제할 두피 면적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피부를 과도하게 절제해 무리하게 봉합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8. 미스터리 난무한 유병언 변사체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를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수배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신이 훼손돼 본인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장 시신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사망 시기에 따른 부패 정도와 술을 마시지 않는 유병언의 시신 주변에서 술병이 발견된 점 등을 놓고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결국 해당 시신은 DNA 분석과 남아 있는 손가락 일부의 지문 확인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통해 유병언인 것으로 확인됐다.

9. 인육캡슐 올해만 2만정 밀반입

지난 8월 보건당국의 감시를 피해 최근 3년간 6만정이 넘는 인육캡슐이 국내 밀반입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유산되거나 사산한 태아, 태반 등을 건조시킨 뒤 갈아서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인육캡슐은 피부미용이나 자양강장에 좋다는 이유로 주로 중국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효능도 불분명한데다 식약처 조사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등 각종 병균이 180억마리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심각함을 더했다.

10. 동아ST ‘스티렌’ 효과 논란 소송

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이 보험급여에서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했다. 동아ST의 전문의약품인 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올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복지부가 지난 5월 임상시험 결과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은 스티렌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스티렌은 지난 해 말까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투여 시 위염 예방’에 있어서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위한 연구와 논문게재를 전제로 조건부로 급여를 허가받았다. 동아ST는 기한을 초과했지만, 유용성 임상 자료를 제출해 약효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논문게재 예정증명서도 제출했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급여 환수 소송을 벌여 지난 11월 승소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항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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