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환자 옆에 두고 수술실에서 생일파티!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병원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이 어제 인터넷상에 유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수술부위를 노출한 환자가 누워있는 옆에서 음식을 먹고 가슴 보형물로 장난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사진은 간호조무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가 말썽이 일자 이내 삭제했다. 최근 잇단 의료사고로 우려를 사고 있는 국내 성형외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이른바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 After)’ 등 성형광고에 대해 제재에 들어간 것은 이처럼 일부 성형외과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치료 경험담이나 수술 전후 사진을 이용해 환자를 유치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에 보냈다.

무분별한 성형광고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국내 성형외과 업계에 대해 정부가 일종의 경고음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

올 한해 성형외과는 잇단 환자 사망, 대리수술 논란, 비정상적인 마케팅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과장-왜곡된 사진을 이용해 환자를 유치하는 일부 병원의 마케팅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환자가 몰리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수면마취 후 다른 의사가 대리 수술하는 행태가 번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면서도 마취과 전문의를 병원에 상주시키지 않는 성형외과도 있다.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마취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마취과 전문의를 늘 대기시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환자의 안전은 뒷전인 채 수술 전후 포토샵 사진으로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병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술중 환자가 사망한 성형외과에는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된 병원도 있다. 정부는 의료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의료관광은 국격만 해칠 뿐이다. 최근 외국 언론이 한국의 성형수술 부작용을 잇따라 보도해 의료한류가 위협받고 있다.

요즘 일부 의사들의 빗나간 행태로 인해 의사 사회 전체가 오물을 뒤집어쓸 지경이다. 의사협회에 부정확한 정보로 시청자를 호도하는 일부 ‘쇼닥터’들을 제재하라는 의사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은 “불법과 탈법을 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뿐만 아니라 행정, 사법적 고발을 통해 더 이상 성형외과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 자체적으로 엇나간 동료들을 가려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가 일부 성형광고를 규제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막대한 돈을 들여 성형광고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내야 한다. 생명이 걸린 수술 사진을 포토샵으로 처리해 버젓이 광고하고, 마취 환자 옆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정신 나간 의료진에게 어떻게 환자안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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