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마스가 되레 슬픈 아이, 어떻게 달랠까

모든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가 특별하진 않다. 산타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생업전선에 내몰린 부모덕에 크리스마스를 홀로지내거나 아예 부모가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리맡 선물조차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라면 동심 속 크리스마스는 매우 구린 날로 전락한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더 우울해지는 아이들이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일수록 이맘때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최근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최소 한번 이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경제적 부담에 짓눌리면서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맞닥뜨리는 우울증은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우울해지는 어른들의 감정 상태와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이가 크리스마스 우울증을 유연하게 넘기려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울한 아이를 달래면 소용없다. 크리스마스 우울증은 전염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대 정신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침울해지면 아이들도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우울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무작정 달래기보다 진정성 있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한다. 콜럼비아대 드류 램지 부교수가 제시하는 화법은 이렇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 매년 모든 사람이 이 시즌에 똑같이 행복할 수는 없어. 이럴 때도 있지만 곧 좋아질 거야.”

재정적 어렵다면 휴가비를 넉넉하게 쓸 수 없다. 이때도 아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 낫다. 예를 들면 올해는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원하는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낼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면 된다. 아이들도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사려 깊은 면이 있다. 단 절망적인 화법은 피해야 한다. 아이가 긍정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경제적 상황에 맞춰 화목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욱 우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방송 등 각종 미디어에서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혼한 부부라면 아이가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연휴를 보내고 싶은지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사정상 크리스마스를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없는 부모라면 스마트기기나 컴퓨터를 이용해 화상통화를 하며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곁에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처한 여건에 따라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아이의 기분을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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