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닥터는 스스로 의사 가운을 벗어라”

 

최근 이른바 ‘쇼 닥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쇼 닥터는 빈번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해 근거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의 허위, 과장 광고를 일삼는 의사들을 말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쇼 닥터 대응 TFT’까지 구성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협에는 쇼 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을 제재하라는 민원이 상당수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건강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의사들의 행태에 대한 의료계 차원의 자정 요구인 것이다. 일부 소수 쇼 닥터들의 일탈 행위로 인해 의사들 전체가 불신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은 “의사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앞서 우선 실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쇼 닥터에 대해 의사협회 차원의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외부 규제는 엉뚱한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엄창섭 고려대 해부학교실 교수도 “최근 의사들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해 의사협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인 백혜진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는 “홈쇼핑 등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일부 쇼 닥터로 인해 의사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문제가 되는 쇼 닥터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의사협회가 의사 회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 수위는 의사면허를 2년 동안 정지시키는 것이다. 의사면허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아직 없다.

의사협회는 특히 병원 홍보를 위해 스스로 돈을 주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부 의사의 행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홈쇼핑 채널 출연도 마찬가지다. 의협은 현재 이 두 가지를 포함해 의사들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의사의 신뢰감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방송출연 기준을 세워 자정 의지의 기초로 삼겠다는 것이다.

‘쇼 닥터’(Show Doctor)라는 말은 의사들의 최고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스스로 만든 신조어다. 방송에 나와 생명을 살리는 지식이 아니라 쇼를 보여주는 의사라는 뜻이다.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닥터로서는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의사협회는 방송 쇼를 일삼는 일부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히포크라테스 선서 일부)

쇼 닥터들도 의사 가운을 정식으로 입었을 때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 윤리 지침을 되뇌였을 것이다. 일부 쇼 닥터들은 자신이 홍보하는 홈쇼핑 상품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우선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낯뜨거운 쇼 닥터에 안주하겠다면 의사 가운을 벗고 쇼 진행자로만 나서길 바란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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