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꽃’ 내과 흔들… 동네병원 사라진다

 

최근 동네병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요즘은 정도가 심한 것 같다. 가뜩이나 낮은 의료수가로 고충이 많은데 곧 원격진료까지 시행된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는 의사도 있다.

동네병원들은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 오랫동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떠나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 경영이 어렵더라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성취감에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의사들이 많은 이유다. 동네병원들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출신들이 많다. 주민들은 어렸을 적부터 집 주위의 ‘O 내과의원’에서 치료받은 경험이 많아 친숙하게 다가오는 분야 중의 하나다.

최근 ‘의사의 꽃’으로 불리며 주치의 역할을 해왔던 내과 의사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최근 레지던트(전공의) 모집에서 내과가 정원에 미달되는 사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과 무관치 않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5년도 레지던트 전기모집 원서 접수 결과 588명 정원의 내과에는 542명이 지원했다. 46명이 부족해 지원율은 92.2%에 머물렀다. 내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6년 161.3%에 달했지만, 2010년 139%, 2014년 109%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내과 개원의들은 “의료행위의 중심인 내과가 사상 처음으로 미달사태를 빚은 것은 의과대학 후배들이 그만큼 내과 개원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격진료까지 시행되면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개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보고서(2012)에 따르면 하루 환자가 50명이 안 되는 내과의원이 27%이고, 비보험 진료 비율이 5%(외과 25%)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힘든 전공의 과정을 마치면 개원해서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 어렵게 됐다. 다른 분야에 비해 미래가 불투명하니 당연히 내과 지원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저출산 여파로 2005년부터 정원 미달로 고전하던 산부인과는 2015년 전공의 지원율이 105.3%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동네 산부인과 병원이 사라지고, 의사마저 보이지 않자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동네 내과병원 의사들의 위기감은 하나, 둘씩 사라진 동네 산부인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원천이다. 이들은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져 동네병원의 고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과 의사들은 올해 선택진료, 상급병실료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보상을 덜 받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 위주로 진료 수가를 보전하면서 내과가 외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수련보조수당, 가산금 등에서 내과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내과 개원의들은 “전공의 정원 미달로 고심하던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은 수가 조정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주효했다”면서 “내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낮은 의료수가를 개선하고 원격진료 도입도 개원의들에게 치명타가 되지 않도록 정책 시행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에는 중요하지 않은 전공과가 없다. 이 가운데 내과는 의료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과이다. 그런데 모든 의술의 밑바탕이 되는 내과가 최근 ‘기피과’의 행로를 가고 있는 형국이다. 내과가 중심인 동네병원도 문을 닫으려는 곳이 늘고 있다. 의대 선배들은 “내과 병원 차리면 망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정부는 내과 기피 현상이 고착화되기 전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큰 틀에서 지원책을 강구해야 의술의 기본과가 무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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