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사건’ 의료분쟁조정위에도 감정 의뢰

경찰이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감정을 의사협회 이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의뢰한 것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가 ‘획기적인 일’이라는 논평을 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과실여부에 대한 감정을 9일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한데 이어 10일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경찰이 의료사고 형사고소 사건에 대한 감정의뢰를 의료인의 전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현직검사, 의료전문변호사, 소비자권익위원의 외부 감시기능이 작동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실제 형사사건 감정결과는 민사소송과 달리 동료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박탈로 이어질 수 있고, 감정하는 의료인에 대한 외부 감시기능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의료진이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사고 형사사건은 다른 영역의 형사사건에 비해 경찰의 기소의견이나 검사의 기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경찰 수사단계부터 의사협회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두 곳의 의료감정기관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을 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또한 서로의 감시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두 곳의 감정결과가 동일하면 의료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담보되는 것이고, 만일 결과가 다르다면 경찰로 하여금 좀 더 정밀한 수사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경찰에게 “신해철 씨처럼 수사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의료사고 형사고소가 있으면 고소인과 피의자인 의료인을 차례로 불러 진술을 듣고 그 다음에 의사협회에 감정의뢰해 받은 결과에 따라 상당수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경찰도 고 신해철 씨처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의무기록지, CCTV, 수술영상 등 진실규명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의료감정을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의뢰하는 문화를 만든 것은 큰 수확이다. 고 신해철씨 사망사건 이전에는 서울의 일부 검찰청에서만 의료감정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했다. 이번에 서울 송파경찰서가 경찰서 차원에서 의료감정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하는 첫 테이프를 끊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국의 경찰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법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의료감정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민사소송에 비해 소액의 비용으로 객관적인 ‘5인 감정부’(의료인 2명, 현직검사 1명, 의료전문변호사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를 통해 신속한 조정 및 중재가 가능한 의료분쟁조정제도가 피신청인의 조정 거부 또는 14일간 무응답으로 인해 각하되도록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을 조성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고 신해철 씨 부인 윤원희 씨는 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4시간 가량의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환자에게 너무 불리한 의료소송 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이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있으면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하더라도 바로 각하할 것이 아니라 우선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슈로 부상했다. 조정할 것인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양 당사자의 자유에 맡기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환자단체는 “이는 일명 ‘신해철법’으로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현재 조정신청건의 53%가 의료기관의 거부 및 14일 무응답으로 각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 빠른 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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