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외치더니….100년 기업 막장 ‘뒷돈쇼’

 

올해 국내 제약업계를 강하게 채찍질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윤리경영’이다. 채찍의 고삐는 제약업계 스스로 쥐었다. 한국제약협회가 지난 7월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해 대대적으로 선포한 것이 시작이었다. 회원사별로 자율준수관리인 선임 의무화와 윤리기업 인증제도 도입 등의 각론을 담은 윤리강령도 제정됐다. 기업윤리헌장과 기업윤리강령은 국내 주요제약사 CEO 2백여명이 참석한 협회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실천의지를 다진 뒤부터 대처도 발 빨랐다. 특허 만료된 대형약물에 대한 제네릭(복제약) 시장의 리베이트 우려가 제기되자 제약협회 이사장단이 합심해 강력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이사장단은 “법을 지키고 윤리경영을 엄수하려는 기업이 시장에서 손해 보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사장단 회의에서는 윤리헌장 선포 이후 리베이트 행위 기업에 대해서는 사법부와 관계 부처에 가중처벌을 건의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약업계는 이처럼 강한 자정노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제약산업을 배려하는 정책을 펴달라고 간곡히 건의했다. 연구개발 투자 재원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 지난 11월 국내사와 글로벌사가 손잡고 첫 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를 열며 신약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 윤리경영이 ‘열린 혁신’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정부도 지난 2일 연구개발과 인프라, 시장출시, 글로벌 진출 등 단계별 지원책을 강화하는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선포로 촉발된 제약산업의 활기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반년 만에 찬물을 제대로 뒤집어썼다. 그것도 1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화약품이 저지른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사건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맞았다. 더욱이 검찰수사를 통해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뒤에도 다양한 수법으로 버젓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점이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이보다 더 씁쓸한 것은 동화약품이 기업윤리헌장 채택과 기업윤리강령 이행에 누구 보다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윤리경영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회원사들을 1차 취합한 제약협회 명단에서 누락됐다며 협회를 통해 알려온 7개사 중 한 곳도 동화약품이었다. 특허 만료된 대형약물 제네릭 시장의 리베이트 우려에 강력 대응을 결의한 협회 이사장단 멤버 중 한 명도 이승래 동화약품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제약협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동화약품 리베이트 사건을 적발한 서울서부지검은 리베이트 대가로 처방된 해당 의약품의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를 공여한 동화약품의 업무정지,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정부 관련 부처에 의뢰했다. 또 의료법과 약사법 등을 개정해 지나치게 낮은 처벌형량도 늘릴 것을 건의했다. 동화약품은 이제 스스로 내뱉은 말에 책임지고, 기업윤리강령에 따라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이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제약협회 회원사 모두가 결의한 윤리경영은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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