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날’이 더 서글픈 감정 노동자

 

팍팍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친절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래서인가. 미국과 일본 등에는 친절운동을 이끄는 비정부기구(NGO)들이 있고, 각국 NGO들이 모여 세계친절운동본부를 구성해 오늘(13일)을 ‘세계 친절의 날’로 선포했다.

친절한 태도는 유쾌한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학계에 따르면 기부나 배려 섞인 친절한 행동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엔도르핀 효과를 낸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전화로 다른 환자의 말벗이 돼준 환자들은 3년 후 삶의 만족도가 도움을 받은 환자들보다 7배나 높아졌다. 도움을 받은 환자들 역시 삶의 만족도가 향상됐다.

반면 우리사회에서 직업적으로 친절할 수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들은 심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언어폭력과 무시 등 인권침해에 늘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비스직 종사자 10명 중 3명은 감정노동자에 해당되는데, 이들 중 25%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실제 감정과 외부에 드러낸 감정의 간극이 커질수록 건강은 나빠지기 마련이다. 친절하지 못한 사회가 친절을 강요하면서 낳은 병폐라는 지적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감정노동자군의 경우 자살 충동이 2~3배 높았다.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엇비슷했다.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을수록 음주,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세계적 행복학 권위자인 하버드대 숀 아처 교수는 행복감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타인 도와주기’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친절해질 필요도 있지만, 감정노동이 건강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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