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마왕’ 신해철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의료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몇 년 전 발생한 유명 연예인 박주아의 사망원인과 많이 닮아 있다. 두 사건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다시는 동일, 유사한 의료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술을 집도하는 집도의와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 모두 명심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신해철은 장유착 박리술을 받았는데, 수술 이후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고, 의료진은 진통제를 투여했다. 계속해서 복부 통증을 호소했는데, 여전히 의료진은 통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기보다 진통제 처방만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으로 진행이 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한 결과 소장에 1cm 크기의 천공이 발견되었고, 심낭염이 있어서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한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한 결과 수술과 전혀 다른 부위인 심낭에 0.3cm 천공이 발견되었다. 추정되는 사망원인은 소장천공 및 심낭천공, 복막염 및 심낭염, 패혈증 등이다.

박주아는 우측 신장암 제거수술을 받았는데, 역시 수술 이후 복통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진통제를 투여했다. 진통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고, 통증의 정도는 더 심해졌다. 수술 다음날 배액관을 통해 담즙이 배출되었고, 의료진은 장천공을 의심하여 복부 씨티 촬영 이후 응급으로 개복수술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즉시 수술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9시간 정도 지나서 수술부위를 확인해 보니, 십이지장에 무려 2.5cm크기의 천공이 발견됐다. 천공 부위로 음식물이 흘러서 복막염이 발생했고, 패혈증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개복술에 들어갔지만 수술시기가 너무 늦어 결국 깨어나지 못한 채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이후 40여일을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상태로 누워 있다가 기관절개튜브가 빠져 사망했다.

문제는 두 사건 모두 수술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천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술이후 복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으며, 의료진은 진통제를 처방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술부위를 개복해서 확인해 보니, 천공이 발생한 부위에 음식물 등이 흘러서 복막염이 발생했으며, 개복술을 할 당시에는 이미 패혈증이 진행이 돼 심정지가 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수술이후 환자가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마약성 진통제만 투여했을 뿐,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박주아는 로봇수술을, 신해철은 복강경 수술을 한 것이다. 신해철에게 발생한 천공은 심낭에 0.3cm, 소장에 1cm이고, 박주아는 십이지장에 2.5cm크기의 천공이 발생했다. 신해철의 개복술은 원래 수술한 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및 흉부외과 의료진이 하였고, 박주아의 개복술은 천공을 야기한 병원의 일반외과 의료진이 시행했다.

박주아의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수술과정에서 천공을 발생시키지 않았고, 수술을 잘 마무리하였으며, 십이지장에 발생한 천공은 수술이후 복압 증가 등에 의한 지연성 천공이라 주장했다. 신해철의 수술을 담당한 집도의 역시 심낭에 발생한 천공에 대하여 수술과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박주아를 진료했던 병원은 사망한 다음날 병원 진료비를 포기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면서 민사상 합의를 하였다. 그러나 신해철을 진료했던 병원은 병원측 과실을 부인했다. 유족들은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박주아의 유족들은 민사 합의 이후 의료사고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현재 신해철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신속하게 부검결과를 1차로 발표하였고, 두달 이후 자세한 부검결과를 알리겠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이례적으로 수술병원에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서 진료기록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위 두 사건은 수술을 집도하는 집도의(외과의)와 환자 및 보호자에게 각각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임상에서 수술이 종료된 이후 환자의 관리는 전적으로 간호사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두 사건을 잘 분석해 보면, 수술 이후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의료진은 수술 못지않게 환자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함을 잘 알 수가 있다. 수술하는 시간도 모자란데, 언제 환자관리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한다면, 의사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수술을 잘 하는 명의라고 하더라도 수술이후 관리를 소홀히 하여 환자의 생명을 잃고 만다면, 수술을 아니함 만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명의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이후 환자 관리도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술 이후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구체적으로 통증의 정도, 양상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통제만 투여할 것이 아니라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려서 퇴원시킬 수 있다.

환자나 보호자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수술 이후 환자가 복통을 호소한다면 그 복통이 어떠한 양상인지, 정도가 어떤지 살펴봐야 하고,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의료진에게 반드시 통증의 양상과 정도를 고지해야 한다. 행여 의료진이 학회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진찰을 소홀히 한다면, 다른 의료진을 불러달라고 하여 적극적으로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너무 늦게 복막염, 패혈증 진단을 받고 개복술을 하는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국 병원에서는 많은 외과적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수술 이후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들은 주의 깊게 이 두 사건을 눈여겨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수술 이후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데, 진통제만 투여하고 통증이 가라앉기를 바래서는 안 될 것이다.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고 무조건 복부 씨티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환자를 관찰하여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검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를 해 달라는 것이다. 진통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환자나 보호자도 복통의 원인을 확인하는 검사를 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더 이상 의료진에게만 환자의 생명을 맡길수 없는 노릇이다.

이인재 법무법인 우성 의료전문변호사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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