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착각 일쑤…어린이 뇌수막염 비상

 

추운 날씨에 영유아가 고열과 두통 증세를 보이면 부모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단순 감기라면 천만다행이지만, 수막구균 뇌수막염일 경우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진행 속도가 빠른데다,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수막구균은 폐렴구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와 더불어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3대 원인균 중 하나다. 뇌와 척수를 둘러싼 뇌수막에 염증을 일으켜 패혈증을 유발한다. 특히 영유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된다. 전 세계 역학조사결과를 보면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생후 6개월 이하에서 빈발했다.

문제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감기로 오인해 방치했다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에 따르면 감염자 10명 중 1명은 첫 증상 이후 하루 내지 이틀 안에 사망하고,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뇌손상, 청각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 영유아 때 발병하면 회복돼도 학습장애나 성장불균형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실제 국내 영유아 발병사례를 보면 전형적 증상인 발진이 나타나도 병원을 바로 찾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보호자가 고열 때문에 생긴 열꽃으로 오인한 탓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는 “환절기에 고열과 두통 등을 호소하면 부모가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며 “영유아는 의사 표현도 서툴기 때문에 38도 이상의 열이 지속되고, 발진이 있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발생건수가 적다보니 수막구균 뇌수막염에 대한 인식도 그리 높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국내 환자 수는 최근 13년간 141명으로 연평균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웹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된 올해 발생건수는 모두 4건이다. 10일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충남 아산시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했다. 1살짜리 여자 아기였다.

의료계에서는 보고된 수치보다 실제 환자 수가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이진수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97~2004년 인천 지역 주요 대학병원 2곳에서 확진된 수막구균 뇌수막염 감염건수는 15건이었지만,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건수는 6건이었다. 확진 건수와 보고 건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 집계를 보면 지난 2012년 수막구균 뇌수막염 발생건수는 500건이었다. 미국은 수막구균 뇌수막염의 치명성을 고려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1~18세 청소년과, 기숙사 거주 대학생, 신입훈련병 등 단체생활자, 수막구균 유행지 여행자 모두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아직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 2명이 수막구균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뒤 신입훈련병만 백신접종이 의무화된 상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수막구균을 제 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 중이다.

이 때문에 사전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국내 허가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은 노바티스의 ‘멘비오’가 유일하다. 이 백신은 접종 가능한 연령인 생후 2개월 이상부터 55세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사노피파스퇴르가 출시한 수막구균 백신인 ‘메낙트라’도 보건당국의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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