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세요’ 라고 말하지 않으리

 

건강 기원 인사말 제대로 표현하기

최근 지인을 만나 얘기하던 중 “우리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라고 인사말을 건넸다가 핀잔을 들었다. 건강과 관련한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올바른 표현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사가 애먼 질책이 되어 돌아왔다. 10월 9일 한글날 즈음이니 지인의 ‘정의로운’ 지적이 아니었나 싶다.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괜찮다.”고 살짝 발뺌하며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지인은 ‘건강하다’는 형용사이므로 이를 청유형으로 바꿀 수 없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가며 나를 ‘정신 붕괴’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 동안 건강 인사말 표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해 말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살짝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지인 앞에서 굳이 “건강하게 지내자!”라고 정정하고 뉘우친 뒤에야 상황은 끝이 났다.

입을 실룩거리며 집에 오는 길, 오랜만에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안부 문자가 왔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의 문자 마지막에 ‘건강해라~’는 표현이 있었다. 까다로운 지인의 ‘가르침’을 받들어 그 표현이 잘못됐음을 지적할까 하다 쓸데없는 오지랖 같아서 말았다.

그러고 보면 건강과 관련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인사말의 형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건강하세요.” 혹은 “건강하십시오.”는 상대의 건강을 기원하는 국민 인사로 대표된다. 그러나 이 표현 역시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란다.

‘건강’은 명사이며, ‘건강하다’는 형용사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탈이 없이 튼튼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형용사는 명령형 어미나 청유형 어미, 의도형 어미를 붙일 수 없다. 형용사 ‘건강하다’는 ‘건강하시면’, ‘건강하게’와 같이 활용이 가능하다. 명령문이나 청유문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건강해라”, “건강합시다”, “건강하자” 등 도 모두 틀린 어법이다. 상대에게 건강을 기원하는 말을 할 때는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건강하게 지내세요.”와 같이 바꿔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항상 건강에 대한 정보를 다루면서도 기본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처음 볼멘소리로 나의 ‘건강 어법 공부’는 시작되었으나 제대로 숙지한 기회였다. 이제 더 건강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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