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유럽선 금지…어린이에 위험할 수도”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이 파라벤이 없는 치약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독성학회(회장 조명행 서울대 교수)는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과 함께 13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치약 파라벤의 안전성과 대안’ 심포지엄에서 최근의 치약 파라벤 사태에 대한 학회 입장을 5가지로 요약해 발표했다.

독성학회는 의학ㆍ약학ㆍ수의학ㆍ생물학ㆍ보건학 등의 독성 전문가 1000명 이상이 모인 학술단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독성학회 김형식 총무간사(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치약 등 구강을 통한 파라벤 노출량은 화장품 등 피부를 통한 파라벤 노출량에 비해 훨씬 적다”며 “입으로 섭취한 파라벤은 소변에서 빠르게 대사(분해)되기 때문에 몸 안에 거의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성학회는 “같은 양의 파라벤에 노출되더라도 유아ㆍ어린이에겐 파라벤의 독성이 성인보다 더 강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유아ㆍ어린이용 용품에서의 파라벤 허용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덴마크에선 3세 미만의 어린이에겐 일부 파라벤(프로필 파라벤ㆍ부틸 파라벤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독성학회는 또 “유럽(EU)에선 내년 7월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틸 파라벤ㆍ메틸 파라벤을 제외한 모든 파라벤 류를 화장품이나 치약 등 의약외품 등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국산 화장품이 EU에도 수출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에서의 파라벤 사용 여부에 대한 사회적ㆍ과학적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독성학회는 “‘파라벤 프리’(paraben free, 파라벤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엔 파라벤 대신 다른 방부제가 들어 있다”며 “파라벤 대체 방부제가 파라벤보다 더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파라벤 프리’는 파라벤에 대한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에 편승한 마케팅의 하나일 뿐 실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파라벤 프리’ 제품에 많이 함유된 페녹시에탄올은 녹차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이긴 하지만 파라벤보다 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고 했다.

독성학회 조명행 회장은 “시중에 나도는 ‘독성치약’ㆍ‘발암치약’ 등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약대 노민수 교수는 “대량 생산ㆍ대량 소비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방부제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방부제를 넣지 않으면 최근에 불거진 ‘유기농 웨하스’ 사건에서처럼 세균이 든 식품이 대량 유통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유통기한도 짧아지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선 파라벤이 생활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지적됐다. 한양대 생명과학부 계명찬 교수는 “환경 중에 노출된 파라벤이 개구리의 수정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며 “두부(頭部) 기형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라벤은 낮은 농도로도 내분비계 장애와 기형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간 파라벤에 노출되면 호르몬 교란이 상당하다고도 했다. 하천수ㆍ방류수에 포함된 파라벤에 의해 물속의 작은 생물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파라벤의 사용을 유럽이 내년부터 전면 금지한다는 데 뭔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 그런 것 아니냐”며 “파라벤 프리 제품엔 파라벤 대신 어떤 성분들이 사용되고 있는 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청중으로 참여한 경희대 치대 박용덕 교수는 “아이들은 칫솔질을 할 때 헹궈내는 것이 미숙하고 삼킬 수도 있다”며 “이런 습관을 개선하도록 교육ㆍ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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