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저수가 개선이 시급한 이유

소아과의 계절 변동성 (Seasonality)을 어떻게 해결하나?

“소아과의 계절변동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한 소아과 원장님이 질문했습니다.

소아과는 겨울이나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가 많아 특수를 누리는 반면, 여름에는 한산해서 경영적 어려움을 겪는다더군요.

그림 1. 소아과의 계절변동성

 

계절변동성이 있는 비즈니스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소아정신과도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치동과 분당에서 두 번 개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두 지역의 계절성의 패턴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대치동에서는 방학 때 환자수가 늘었던 반면, 분당은 신학기에 환자수가 늘었습니다.

그림 2. 소아정신과의 계절성

 

같은 소아정신과라도 지역에 따라 이런 패턴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ADHD 아동들이 병원을 찾아오는 행동패턴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치동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ADHD인지 병식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 일정으로 바쁘다가 방학 때 마음먹고 아동의 집중력을 증진시키려고 병원을 찾아오는 듯 했습니다. 한편 분당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ADHD인지 병식이 없다가,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 되는 듯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절에 따라 매출의 변동이 심한 경우, 성수기 때는 도떼기시장 분위기에서 일이 많아 힘들고, 비수기 때는 파리 날리는 분위기에서 재정적으로 힘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산업에서 배울 점을 찾는 것을 벤치마킹이라고 합니다. 계절변동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 가장 배울만한 산업은 스키장입니다. 스키장은 일 년 중 겨울철만 운영이 됩니다. 스키장은 계절변동성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첫째는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고정비와 변동비를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고정비는 매출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입니다. 변동비는 매출이 높아지면 비례해서 같이 높아지는 비용입니다. 한번 뽑으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는 정규직 직원들의 인건비는 고정비입니다.

반면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인건비는 변동비의 성격이 강합니다. 대학 스키 동아리 학생들은 겨울철에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도 타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비수기인 여름철에는 이들은 알아서 학교로 복귀합니다. 스키장 입장에서는 정규직 직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여름철 비수기에는 직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겨울철 성수기에는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식으로 유지하겠지요.

병원이 바쁜 성수기 때 인력을 새로 뽑지 않고, 원장님 사모님들이 병원에 나와 일손을 돕는 것은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여름철에 놀고 있는 시설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정비 중에 정규직 직원 인건비 말고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입니다.스키장들은 콘도와 컨벤션 센터 같은 부동산 자산을 여름철에는 회사 직원들 워크숍에 대여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키장들이 여름철에 가족들을 위한 야외 바베큐를 할 자리를 마련한다든가 하는 상품들을 개발해서 여름철에도 제법 북적북적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같은 스키 선진국의 스키장들은 더 적극적으로 여름철 비즈니스를 개발했습니다. 여름철에 스키장은 주변의 산을 활용해서 산악자전거, 래프팅, 글램핑, 그리고 마치 유격훈련을 연상하게 하는 체험 훈련 등 다양한 레포츠로 사람들을 유입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점을 찾아 운영하는 방법입니다.

아래의 문제를 풀어보면 수익 극대화 최적점을 찾아내는 방법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문제

A 소아과는 3월부터 8월까지는 비수기입니다. 하루 평균 60명의 환자가 내원합니다.

한편 9월부터 2월까지는 성수기입니다. 하루 평균 환자 수는 9월 80명, 10월 120명, 11월 170명, 12월 200명, 1월 180명, 2월 150명입니다.

A 소아과는 직원이 현재 2명이 있습니다. 2명의 직원으로는 하루 평균 100명 정도의 환자를 보는 것이 최대치입니다. 원장님은 더 보고 싶은데, 직원들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해서 더 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11월부터 2월까지는 문 앞까지 왔다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A 소아과 원장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3~8월은 100명을 볼 수 있는데 60명밖에 못 보니, 유휴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고, 9월부터 2월까지는 직원이 모자라, 오는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직원을 늘리자니 비수기 때 낭비가 심한 것 같고, 현재의 2명으로 유지하려 성수기 때는 잠재 고객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풀이
우선 A 소아과의 환자수를 그래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제조업에서 쓰는 두 가지 비용 개념을 차용해 봅시다.

* 재고 비용 (Inventory Cost): 상품이 쌓여 있는데 수요가 없어 못 파는 경우

* 수주 잔량 (Backlog Cost): 수요는 있는데 상품이 없어 못 파는 경우

이 개념을 소아과에 적용시켜 본다면, 환자 수에 비해 직원이 남아도는 경우는 재고 비용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월에서 9월까지가 재고 비용이 발생하는 때 입니다.

한편 직원이 모자라서 오는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수주잔량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10월에서 2월까지가 수주잔량이 발생하는 때 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푸른색 부분은 재고비용에 해당되고, 붉은 색 부분은 수주잔량에 해당됩니다. 

* 환자 한 명당 재고비용은 30,000원 이라고 하겠습니다. 직원 한명(인건비 150만원)이 환자 50명을 커버할 수 있으므로, 150만원/50명=30,000원/월 

* 환자 한 명당 수주잔량은 25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환자 1인당 수입 (10,000원) * 25일 = 25만원/월

현재와 같이 직원이 2명일 경우 연간 재고비용은 780만원, 연간 수주잔량은 8천8백만 원이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직원을 3명 확보할 경우 재고비용은 증가하고 수주잔량은 감소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직원 수의 변화에 따른 재고비용과 수주잔량의 합이 변화를 하는데, 재고비용과 수주잔량이 최소화되는 지점이 수익이 최대화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화시키기 위해 직원 수에 따라 환자를 볼 수 있는 Capacity 가 변화한다고 가정했으나 현실에서는 의사 수, 의사의 노동량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이 원리를 통해 최적점을 찾는 것은 동일할 것입니다.

네번째 방법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계절변동성의 해소 방안입니다.

많은 리조트에서 스키장과 골프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인력을 겨울철에 스키장에 배치하고 여름에 골프장에 배치하는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아과에서도 이런 아이템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소아과 선생님은 ADHD 아동들의 진료를 하기도 하고, 소아과 옆에 심리치료실을 만들어 놓은 곳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스키장과 골프장의 포트폴리오 모델과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템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계절성이 반대로 돌아가는 과와 같이 동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방법입니다.

이 글을 써 놓고 보니, 의사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의학 논문을 읽고 최신지식을 공부해서 진료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판에, 이런 경영적 노력에 힘을 나눠야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수가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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