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르몬, 효과 있다니 쓰긴 쓰는데…

 

성장호르몬 치료는 부작용이 30%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하다. 요즘에는 단순히 키 크는 주사로 여겨 치료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터너증후군 등 의학적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 비해 치료 효과가 작을뿐더러 개인차도 크다. 그렇다보니 극적인 성장효과를 노려 오남용할 우려도 있다.

실제 성장호르몬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확인한 연구결과는 있다. 지난 2010년에 프랑스에서 성장호르몬에 쓰이는 소마트로핀 제제를 허가용량보다 많이 투여하면 사망률이 30%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오남용할 경우 발진, 부종, 유방 비대, 혈당상승, 갑상샘 기능 저하, 척추측만증, 시력손상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는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다. 국내에서는 LGS(LG Growth Study) 연구가 유일하다. LGS는 국산 성장호르몬인 유트로핀을 발매한 LG생명과학이 발매 직후인 1993년부터 시작해 온 성장호르몬 치료 데이터 프로그램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에 대한 데이터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환아 7천명 이상의 치료결과가 누적돼 있다. 병원에서는 LGS를 상시 등록해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등록된 의료기관은 58곳에 이른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유한욱 교수는 “입력과정에서의 오류들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며 “데이터 수집과 단순 분석을 넘어 이제 학문적 가치를 가지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외부검증이 요구된다. 기업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데이터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LGS에는 외부검증 조직인 OSMB(Observational study Safety Monitoring Board)가 가동되고 있다. OSMB 책임자인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충호 교수는 “초반에는 치료효과를 주로 조사했고, 이후에는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이 어느 정도 생기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LGS를 개편했다”고 했다.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적응증을 꾸준히 넓히고 있지만,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병규 교수는 “LGS를 통해 방대하고 윤리적이며 체계적인 데이터를 모아 치료효과 예측에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세원 교수는 “주사를 간편하게 놓을 수 있는 디바이스 개발 등을 위해 보다 장기적인 관찰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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