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세 이상 14,672명…할머니가 11,235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아주의 대로 만든 지팡이인 청려장은 장수 노인의 상징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왕은 장수한 노인에게 직접 청려장을 하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인의 날인 매년 10월 2일이면 대통령은 백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수여한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청려장을 받은 백세노인은 1,359명에 이른다. 지난 2011년 927명에서 크게 늘었다. 안전행정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백세 이상 노인인구는 14,672명이다. 이 중 11,235명이 할머니다.

 

백세노인의 장수 비결은 특별한 게 없다. 올해 청려장을 받은 원응팔 할아버지는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돌봤고, 적절한 걷기운동과 규칙적인 식사 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했다”고 했다. 윤달림 할머니도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과 화목한 가족생활”을 비결이라고 밝혔다.

 

두 백세노인의 공통점은 아들부부와 함께 살고 있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노인인구를 괴롭히는 외로움과 빈곤, 질병의 3고(苦)와 거리가 멀다. 국내 최초로 백세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노화연구 권위자인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이 장수노인의 증가와 맞물린다고 설명한다. 건강보험의 확대가 고령자의 의료혜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장수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의료시스템의 뒷받침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고령화 사회의 의료로 ‘금빛의료(Gold Medicine)’를 주창하고 있다. 금빛의료는 고령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를 가리킨다. 금빛의료를 실현하려면 3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무장애 의료와 와상환자 없는 병원, 삶의 질을 위한 의료로 압축된다.

 

무장애 의료란 병원 시설에 대한 접근성, 웹 환경을 통한 의료정보의 접근성, 1차 의료 대처의 신속성을 포함한 개념이다. 통계학적으로 1차 의료는 보건의료수요의 9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와상환자 없는 병원은 복지 선진국인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의료시스템이다. 고령 환자가 입원하면 8명의 의료진이 투입되고, 입원 첫 날부터 환자를 움직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료한다. 즉 진료는 환자를 거동하게 한 뒤 차차 진행해 나가는 식이다. 의사가 아닌 환자를 가장 많이 관찰하는 간호사가 팀장을 맡는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백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르웨이식 와상환자 없는 병원은 꿈 같은 이야기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삶의 질을 위한 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까지 의사들이 진료를 보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까지 생각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며 “고령의 환자는 아픈 것과 별개로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중요하듯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새로운 의료체계가 고령화 사회에는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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