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선 전자담배도 피울 수 없는 이유

 

‘끊느냐, 줄이느냐.’ 담배 앞에 선 흡연자는 다람쥐와 같다. 담뱃값도 오를 판이니 독한 마음으로 끊었다가 작은 스트레스에 욱해 다시 담배를 쥔다. 그리고는 후회하며 줄이기로 마음을 바꾸지만, 이내 흡연량이 변함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끊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이렇게 무한 반복하며 쳇바퀴를 도는 게 흡연자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전자담배의 등장은 의지박약을 호소하는 흡연자들에게 구미 당기는 대안이 됐다. 흡연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서서히 담배와 멀어질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초기 금연효과는 일부 인정할 수 있어도 전자담배나 일반 담배나 위험하긴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금연정책 자문위원으로 국내 담배연구 전문가인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연구원에서 열린 생활의료강좌에서 “전자담배를 기존 금연보조제인 니코틴 패치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자담배도 법적으로 일반담배와 똑같이 취급받는다”며 “간접흡연의 위해성이 인정돼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건강상으로도, 법적으로도 일반 담배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12년 복지부 조사에서도 전자담배의 액상에서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됐다. 시판 중인 121개 액상 중 환경호르몬이 82개 제품에서 나왔고, 포름알데하이드 등 10여종의 독성물질이 103개 제품에서 확인됐다.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모든 액상에서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WHO는 전자담배의 연기에는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간접흡연의 위험이 있다며, 공공장소나 근무지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할 것을 각국에 권하고 있다.

최근 환경과학저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논문에서도 전자담배의 연기에 포함된 독성금속성분이 일반 담배 연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진행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전자담배에는 일반 담배에 없는 크로뮴과 니켈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크로뮴과 니켈은 발암과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독성물질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니코틴 중독의 우려도 나온다. 제품별로 전자담배 액상에 포함된 니코틴 함량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성규 부연구위원은 “최근 전자담배가 금연보조제로 점차 인식되고 있지만, 안전성과 효과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만큼 사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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